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재외공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둔 외통위의 상황을 이 같은 ‘딜레마’로 요약했다.
앞서 외통위 여야 간사인 김영호(더불어민주당)·김석기(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3일 재외공관에 대한 현지 국감을 화상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결국 호텔에 격리돼 시간만 낭비할 것”(민주당 중진 의원)이란 현실적 이유를 감안한 조처다. 외통위가 해외 국감 일정을 포기한 건 1988년 국감 부활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외통위는 매년 미주(아메리카)·아주(아시아)·구주(유럽)반으로 나눠 해외 현지 국감을 진행해 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일본은 내각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각국 출입국 절차에 따라 격리 기간까지 포함해 오가는 데 길면 한 달이 걸릴 수 있다”며 “주미대사가 미국 대선 막바지에 귀임하게 되면 관련 정보 파악은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각국에 큰 현안에 있을 때 현미경 국감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각국 공관의 외교업무 아니겠냐”며 “대사뿐만 아니라 여러 인원이 준비해서 올 텐데 국감으로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미국·중국·일본의 경우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국감이 더욱 중요하다”(김기현 의원)고 맞서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외통위에서 “미국의 다급한 일이 있어서 국정감사를 적당히 하자는 건 안 된다. 방역이란 절차를 존중하되, 예외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한 외통위원도 “사실 화상 국감을 하면 질의도 자연스럽지 않고, 시차 문제도 있어 형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공관장이 자리를 뜨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창조적인 방법을 (국회가)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