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의 의미와 올림픽 이후 일본의 전망에 대해 스가 총리에게 듣고 싶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의) 깃발을 흔들 책임이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22일 사설에서 지난 16일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개최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총리의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이후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올림픽 개최 관련 내용이 빠져있는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면서다.
산케이 사설, "총리는 올림픽에 결의 보이라"
코로나 재유행에 뒷돈 유치 의혹 회의론 확산
'돈으로 산 올림픽' 의혹
세계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유럽은 최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차 유행 당시보다 더 많은 5만명을 넘어섰다. 2차 대유행이 시작돼 각국이 새로운 봉쇄조치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다. 올림픽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하더라도 대규모 선수단 파견을 결정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아사히(朝日) 신문 등은 도쿄올림픽 개최 직전, 당시 유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던 라민 디아크(87ㆍ세네갈)의 아들 파파맛사타에게 거액의 돈이 송금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돈을 보낸 곳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유치위원회로부터 유치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싱가포르 회사 블랙타이딩스(BT)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와 프랑스 당국 자료에 의하면 2013년 9월 7일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기 직전 여러 차례에 걸쳐 총 36만7000달러(약 4억2700만원)가 BT에서 파파맛사타 개인 혹은 관련 회사로 송금됐다. 파파맛사타가 구입한 1억원이 넘는 시계값을 BT가 프랑스 귀금속업체에 대신 지불하기도 했다.
스가, 고이케 지사와의 '악연' 때문에 침묵?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도지사 사이의 '불화'에 주목한다.
스가 관방장관이 도쿄 등 대도시의 세수를 지방에 배분하는 정책을 발표했을 때는 고이케 지사가 "도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올해 7월엔 코로나19 감염자 급증 상황과 관련해 스가 장관이 "압도적으로 도쿄 문제"라며 책임을 도쿄도에 떠넘겼고, 고이케 지사는 "중앙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정책이 문제"라며 맞서기도 했다.
올림픽 개최 도시 수장과 관계가 불편한 스가 총리가 굳이 앞장서 '올림픽 성공'을 외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케이 신문도 사설에서 이를 지적하면서 "두 사람(스가 총리와 고이케 지사)의 불화는 올림픽 개최 준비에 있어 마이너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잃어버린 20년'과 잇따른 자연재해, 코로나19에 상처받은 일본 국민에게는 성공의 경험과 큰 사업을 이뤄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면서 "스가 정권은 올림픽 개최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