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최근 소비동향 점검 및 향후 리스크 전망'에서 이러한 전망을 내놨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민간소비의 지표인 카드사용액 증가율은 9월 첫 주엔 -8.7%(전년 동기 대비)로 떨어졌다.
안 움직이고 안 썼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대면서비스 업종은 큰 타격을 입었다. 9월 첫 주, 전체 카드 사용액은 8.7% 감소했지만(전년 동기 대비) 대면 서비스 업종의 소비의 감소폭은 그 4~5배에 달했다.
8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든 음식점·주점은 9월 첫 주에 카드 사용액이 31.4% 줄었다(전년 동기 대비). 좀처럼 회복세가 더뎠던 스포츠·레저 분야도 41%나 감소했다. 백화점 같은 대형소매점의 카드 사용액 감소율 역시 34.1%를 기록했다.
소상공인은 죽을 맛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이번에 수도권의 영업제한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거라고 봤고, 실제로 영업제한에 걸린 수도권 자영업자는 9월 들어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다"며 "자영업자의 48% 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주요 업종이 영업제한으로 지정된 학원·식당·카페 등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외소비는 급감
한국은 일본(0.6%)·미국(1.5%)에 비해 민간소비 중 국외소비 비중이 3.9%로 높은 편이라서 국외 소비 감소세가 민간소비 둔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GDP보다 더 꺾인 민간소비
김 국장은 "감염병의 특성상, 감염병이 발현하면 이동제한·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시행되면서 민간소비가 급속히 둔화되고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며 "이런 패턴은 대부분 주요국가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향후 경제전망을 하는 데 있어서 민간소비 전망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소비 늘어날까?
크게 꺾인 국외 소비의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민간소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내국인 출국자 수는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97.7%일 정도로 여전히 큰폭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업계도 2023년까지는 항공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대면서비스·해외여행 관련 소비가 줄어든 것이 다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로 대체될 가능성은 있다. 코로나19 이후 돈 쓸 곳이 없어서 '비자발적 저축'이 늘어난 것이 향후 민간소비 회복 여지를 키울 것이란 평가다. 실제 대면접촉도가 높은 서비스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관련 컴퓨터·가전·가구나 고소득층 중심의 자동차 등에 대한 소비가 확대된 것이 그 근거다. 김 국장은 "고소득층은 대면서비스 소비를 줄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소비를 늘리는 패턴이 나타났다"며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고소득층의 비자발적 저축 증대가 민간보시의 상방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 개선이 지연된다면 이러한 대체소비 증가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 국장은 "앞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활동 기피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행태를 변화시키고 산업구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