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속 옥외집회를 허용하면서도 재판부(이종환 부장판사)가 6가지의 엄격한 방역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8월 광복절 집회를 허용한 서울행정법원의 결정문(박형순 부장판사)엔 담겨있지 않은 내용이다.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집회 집행정지와 관련해 이런 방역 조건이 제시된 결정문은 판사 생활을 하며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인천지법의 엄격한 방역조건 여섯
집회 시간은 2시간으로, 참석 인원은 99명으로 제한한 점은 지난 광복절 집회 집행정지 결정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방역조건을 추가한 것이 다른 점이다. 섭씨 37.4도 이하의 참석자만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참석하게 했고, 마스크도 KF-80/94만 착용토록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최근 서울과 인천지역의 코로나 확진자 통계까지 도표로 제시하며 고민의 흔적을 남겼다. 9월 15~20일 서울 확진자는 두 자릿수를 유지했고 인천지역 확진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있었다.
"집회 전면 금지할 만큼 심각하지 않아"
이 재판장은 집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감염병 예방이란 국민보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당국은 집회의 규모와 장소, 방법 등을 제한할 재량을 가지지만 그 제한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정에 나온 결정문, "고심 깊었다"
부천시 기독교총연합회는 21일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지켜가며 집회를 진행했다. 경찰과의 충돌도 없었다. 하지만 장덕천 부천시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선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 집회 관리가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장 시장과의 일문일답.
장덕천 부천시장 일문일답
- 어제 집회에서 방역수칙은 잘 지켜졌나
- 마무리는 잘 됐고 충돌도 없었다. 현장에선 거리두기가 유지됐고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 방역 당국 입장에서 집회 허용을 어떻게 바라보나
- 수칙이 잘 지켜졌더라도 부담이다. 어제 집회 참석자가 90명을 조금 넘었다. 하지만 동원된 경찰관과 공무원은 230~240명 정도였다. 두 배가 넘는다. 이번 집회는 잘 넘어갔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허용됐을 때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개천절 집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광화문 집회에서 통제가 안됐다. 개천절에 다시 광화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린다면 방역당국이 관리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폭발할 수도 있다. 국내 감염자가 두 자릿수로 줄고 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코로나가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다. 집회를 하실지라도 지금은 참아주시길 부탁드린다.
개천절 집회는 금지될 수도
지방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시민들이 집회 수칙을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법원이 집회를 다시 허용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판사도 "향후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기 위해선 주최 측에서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