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지난달 13일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수십 명의 다이버가 연이어 바다로 뛰어들었다. 문섬 주변은 스쿠버 다이버 사이에서 ‘성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아열대 바다에 있는 화려한 산호들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온 급등, 세계 평균 상승폭의 3배
문섬 바닷속 들어가니 산호 천지
모자반·감태 살던 바다숲 사라져
해녀 “잡을 게 없어” 어촌경제 타격
김씨는 “30년 전만 해도 가시수지맨드라미를 볼 수 없었는데 15년 전부터 급격하게 불어나기 시작했다”며 “1년에 50㎝까지 자라는데 섬 주변에만 수만 그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바다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건 수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를 포함한 남해의 수온은 지난 50년간 1.5도가량 올랐다. 세계 평균 상승폭보다 3배나 빠르다.
수중 사진작가인 이선명(다이빙 경력 50년)씨는 “열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물고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보이던 물고기들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의 ‘장기 해양생태계 연구’에 참여 중인 박상율(제주대)·이혁제(상지대) 교수팀이 문섬 수중을 장기 모니터링한 결과, 수심 10~15m 지점의 감태 점유율은 2002년 67.5%에서 2015년 4.2%로 줄었다. 반면에 2.5%였던 연산호 점유율은 12.7%로 5배가량 증가했다.
서귀포 운진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있는 가파도. 보말을 잡고 있는 해녀들이 눈에 띄었다. 1시간 넘게 바닷속에 있었지만 한 바구니도 채우지 못했다.
경력 30년의 해녀 김영남씨는 “10년 안에 툭 떨어지는 낭떠러지 같은 변화가 제주 바다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어촌 경제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재앙 자연의 비명’ 기획 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