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화를 좀 더 공격적으로 바꿔보려는 의지가 ‘라 마에스트라’ 콩쿠르를 낳았다. 세계 최초로 열린 여성 지휘자를 위한 콩쿠르다. 현 파리 필하모니의 총책임자인 로랑 바일과 파리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여성 지휘자 끌레르 지보가 힘을 합쳤다. 지보는 과거 베를린필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어시스턴트 지휘자였지만 여성 지휘자로서 활동의 어려움을 느껴 2011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라 마에스트라’ 18일 대단원
최종 6인에 한국계 최현 뽑혀
참가자들 뜨거운 동지애 보여줘
최종 결선에는 통 레베카, 스테파니 차일드레스, 리나 곤잘레스가 올랐다. 18일 연주회 형식으로 열린 결선에서 세 지휘자의 역량은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통 레베카는 결선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베토벤의 ‘영웅’을 풍부하고, 강렬한 대조의 해석으로 들려주었다. 그가 우승의 영광을 얻었다.
최종 6인에 든 한국계 지휘자 최현은 활달하고 시원한 제스처, 기쁨에 충만한 얼굴로 지휘했다. 그는 “분명히 부정과 긍정의 양면을 지닌 콩쿠르이며, 개인적으로는 남성을 제외하는 콩쿠르가 납득은 가지 않았지만, 끌레르 지보가 남성 지휘자 중심의 음악계에서 겪은 일을 들으면서 그녀의 뜻이 이해되었다”고 말했다. 우승자 통 레베카는 “여성으로서 지휘대에 오른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현재 아시아 여러 나라에는 음악적 재능이 넘치는 수많은 여성 지휘자가 있고, 앞으로 더 많이 활동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간결선, 결선 진출자 발표가 났을 때, 이들 여성 지휘자들은 자신들이 탈락했음에도 서로 껴안으면서 진심으로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어려운 길을 걷는 동지로서 이들 여성 지휘자들이 나누는 우정 속에 어쩌면 우리 음악계의 희망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파리=김동준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