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에 빠졌던 코스피 지수가 6개월 만에 65% 이상 상승하며 회복에 성공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6개월간 100% 넘는 상승률을 보여 몸집을 두배로 불렸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6.23포인트(0.26%) 오른 2412.40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코로나 쇼크' 그날…10년 전 돌아간 코스피
지난 3월 19일, 국내 증시는 '코로나 쇼크'에 빠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인 이날 코스피지수는 8.39% 폭락한 1457.64로 마감했다. 2009년 7월 17일(1440.10)이후 약 10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11개에 불과했던 반면, 내린 종목은 896개에 달했다.
지난 7월 2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이 의료진을 그린 벽화 앞을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코스닥 지수 역시 1996년 개장 이래 역대 최고치인 11.71%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428.35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2011년 10월 5일(421.18) 이후 8년 5개월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날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동시에 거래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증시 전체가 쇼크에 빠졌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 국내 증시는 성공적으로 회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6개월 전인 3월 19일보다 65.5%(954.76포인트) 상승한 2412.4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6개월 전보다 107.5%(460.53포인트) 상승한 888.88로 마감했다.
G20 대표지수 저점 대비 등락률. 한국거래소
이는 비슷한 기간 주요 20개국(G20) 대표 증시의 저점 대비 상승세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 지수의 저점 대비 상승률은 G20 대표 증시 가운데 아르헨티나 MERVAL 지수(87.82%)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저점 대비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48.36%)·다우존스(48.76%)·나스닥(57.32%) 등 지수의 저점 대비 상승률은 국내 증시에 한참 못미쳤다. 일본 니케이225(41.13%), 중국 상하이종합(25.49%), 러시아 RTS(47.63%) 등 주변국 증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DAX(55.37%), 브라질 보베스파(54.62%)가 비교적 선방했으나 역시 국내 증시엔 못 미쳤다.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끈 건 'BBIG'로 불리는 바이오(B)·배터리(B)·인터넷(I)·게임(G) 주였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상당수가 BBIG로 구성된 가운데, 그 중 7개 종목의 지난 6개월 상승률이 100%를 넘었다. 이들 종목의 몸집이 배로 불어난 셈이다.
국내 증시 시총 상위 10개 종목 변화 추이. 한국거래소
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107%)와 셀트리온(119%)이 6개월 동안 10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배터리주로 분류되는 LG화학(189%), 삼성SDI(147%)도 몸집을 두배로 불렸으며, 현대차 또한 수소전기차 기대감을 타고 174% 상승률을 보였다. 인터넷 대표주인 네이버(106%)와 카카오(182%) 역시 같은 기간 100% 넘게 성장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9년 대비 2020년 경제성장률의 하락폭이 작을수록, 주식시장에서 IT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유동성이 풍부할수록 (증시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됐다"며 "한국 주식시장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