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설 니콜라 보란듯…현대차 수소트럭 美시장 진출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0.09.16 16:37

수정 2020.09.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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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스위스 첫 수출을 위해 직원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공장 정문을 나서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미국 수소트럭 시장 진출 계획을 본격화한다. 미국 검찰이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사기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실제로 수소트럭을 생산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기업인 현대차가 글로벌 전략을 강화할 태세여서 주목된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마이크 지글러 현대차 상용해외신사업추진실장(상무)은 최근 증권가 애널리스트 대상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6월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트럭 엑시언트를 스위스에 수출한 데 이어, 2022년 미국 수소트럭 시장에 진출하고 같은 해 중국 쓰촨성 상용차 공장에서 중형 수소트럭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세계 유일의 수소트럭 양산업체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사진 현대자동차

이를 위해 현재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한 수소 트랙터를 개발 중이고, 내년 7월 캘리포니아에서 수소트럭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현대차는 현재 전북 전주공장에서 수소트럭을 생산 중이다. 도요타∙혼다 등이 수소전기차를 내놨지만 승용차였고 상용차인 수소트럭을 대량 생산한 업체는 세계에서 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차는 수소트럭을 포함한 수소전기차 연간 생산목표를 올해 1만1000대에서 2022년 4만대, 2025년 13만대, 2030년에는 50만대로 늘리겠다는 사업전략을 내놨다.


2022년 미국 수출, 중국선 현지 생산 

현대차 수소트럭 전용 플랫폼 넵튠

2017년 다임러 상용차 부문에서 현대차로 이직한 지글러 상무는 “현대차는 앞으로 ‘전기차는 승용차, 수소전기차는 상용차’라는 투-트랙 전략을 이행할 것”이라며 “엑시언트처럼 기존 현대차 트럭 모델에서 파생된 플랫폼이 아니라 ‘넵튠’이라는 수소트럭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를 주로 상용차에 활용하기로 한 것은 수소트럭이 전기트럭보다 충전시간이 짧고, 주행거리는 긴 반면, 공차 중량은 가볍다는 장점 때문이다. 수소트럭은 연료전지스택이 주행 중에도 계속 전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순수전기 트럭처럼 큰 배터리가 필요 없다.
 

승용차는 전기차, 트럭은 수소차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대형 화주를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대규모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사가 자체 정비망을 보유하고 있고, 트럭 루트가 정해져 있어 충전소 등 수소충전 인프라를 설치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가 니콜라와 달리 실제로 수소트럭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니콜라와 대비해 현대차의 제품 신뢰도가 매우 높고 즉각적으로 제품 공급이 가능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시장에서도 유럽에서 한 것처럼 대규모 장기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니콜라가 홍보하는 자사 수소트럭

“현대차의 가장 큰 수소 라이벌은 도요타”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중대형 상용차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경쟁사가 적어 현대차가 시장을 선점하면 독과점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를 위해 유럽·미국·중국시장 고객 확보가 중요하다”며 “2021∼2022년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수소연료의 내구성 확보와 비용 절감이라는 상충 과제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글러 상무도 설명회에서 “수소트럭이 디젤트럭 대비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지는 시점은 여전히 많은 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글러 상무는 니콜라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수소연료전지차 신생업체가 많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도요타”라고 말했다. 
 

GM 회장 “합당한 실사 거쳤다” 해명

한편 미국 투자업계 일각에선 니콜라와 제휴관계를 맺은 GM 경영진의 판단능력에 의구심도 표출됐다. 이에 대해 메리 바라 GM 회장은 “(니콜라와 협약을 맺기 전에) 합당한 실사 과정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