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웹툰은 해외에서도 선전 중이다. 전통의 만화 강국 일본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웹툰이 ‘망가’를 제치고 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다. 미국의 청원 사이트(change.org)에는 카카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달라는 북미 팬들의 청원이 올라왔다. 넷플릭스가 우리 웹툰을 속속 영상화하듯 원천 콘텐트로도 각광받는다.
잇단 여혐 논란 네이버 인기 웹툰
커가는 K웹툰, 플랫폼 역할 막중
창작 자유만큼 자율규제 최선을
지난달 스타 작가 기안84의 ‘복학왕’은 비정규직 여성이 직장 상사와 성관계 후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는 에피소드로 논란이 됐다. 여성을 ‘성을 이용해 쉽게 살아가는 존재’로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문제였다. 작가의 사과와 장면 수정에도 비판이 가라앉지 않았다. 소수자 비하 전력이 있는 데다, 여러 논란에도 작가의 위치가 굳건한 게 반감을 키웠다. 작가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인기 셀럽이 됐고, 사회적 논란이 일 때마다 방송이 나서서 그를 해명·옹호해 줬다. 여혐의 강도는 ‘헬퍼’에 비할 수준이 아니고, 그로선 억울하겠지만, 대중이 훨씬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다.
방통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웹툰 내용은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의 자율규제가 전부다. 디지털 콘텐트의 특징이자, 과거 만화가들이 정부 검열에 맞서 끌어낸 성과다. 그러나 창작의 자유란 가치와 별개로, 날로 커지는 웹툰의 영향력에 비해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다는 건 문제다. 무엇보다 막강한 수익을 올리는 네이버가 ‘자율규제’ ‘작가 존중’이라며 작품 검수 책임, 독자 불만 수렴 등 당연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관계자는 “논란이 생기면 작가에게 사과문을 쓰게 하고 끝이다. 매번 개선하겠다, 서비스 담당자를 교육하겠다지만 말뿐”이라고 꼬집었다.
‘복학왕’에 대해 연재 중단 요구가 나오자 웹툰작가협회 등은 “파시즘”이라며 맹비난했다. 창작물의 퇴출을 주장하는 집단적 문제 제기 방식도 문제지만, ‘혐오 표현’이란 새로운 화두에 ‘파시즘’의 낙인을 찍어 원천봉쇄하는 것 또한 문제다. 그보다는 달라진 성인지 감수성과 독자의 요구를 웹툰의 자율성 안에서 어떻게 녹여야 하는지, 또 자율규제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먼저 아닌가. 예외적 사례라 해도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진저리쳐진다”며 남성 팬들이 들고일어나는 상황이다.
양성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