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을에서는 수해로 죽은 소들의 넋을 달래주기 위한 ‘소 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양정마을 주민들을 대표해 위령제에 나선 전용주 이장은 “소들이 사람 대신 차가운 물 속에서 억울하게 죽었고 마을은 풍비박산 났다”고 말했다.
남은 소도 폐에 물차고 상태 나빠
800만원 하던 한우 헐값에 도축
이날 위령제에는 죽은 지 며칠 되지 않은 송아지 한 마리가 놓였다. 이 송아지 주인은 “한 달 전 수해가 일어났을 때쯤 태어났는데 물난리 통에 체력을 잃었고 어미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죽어 젖도 물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해로부터 한 달이 지나가지만, 소들이 계속 죽어 나간다.
정영이 구례군 수해 대책본부 공동대표는 “폐에 물이 차는 등 상태가 좋지 못한 소들이 상당수”라며 “어미가 죽었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젖을 못 먹는 송아지들은 우유나 분유를 개어서 먹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정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축산농가들은 평소의 4분의 1 수준인 200만원도 못 되는 돈을 받고 소를 도축하고 있다. 양 대표는 “소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가장 질이 안 좋은 ‘등급 외’ 판정을 받지만, 몇백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도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례=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