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빚부터 갚자” vs “농민부터 살자”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북부에서 때아닌 물 전쟁이 일어났다. 농업용수를 사수하려는 멕시코 농민들과 미국 쪽으로 물을 흘려보내려는 멕시코 정부가 충돌하면서다.
이날 댐 앞에 모인 2000명의 농민 시위대는 댐을 점거하고 수문을 막았다. 시위대는 물이 미국 쪽으로 방류되는 걸 가로막았다. 이날 항의 시위는 치와와주에 있는 또 다른 댐 2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농민 시위는 6개월째 이어지며 점점 격화하고 있다. 국가방위대가 화염병, 최루탄까지 동원하면서 시위현장은 폭력 사태로 번졌다. 지난 10일에는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졌고, 이날은 수력 발전기에 불이 옮겨붙으며 화재와 정전까지 발생했다.
올해 밀린 물 빚, 3억7854만㎥
이에 따라 멕시코는 매년 리오그란데강 물 중 4억3000만㎥가량을 미국으로, 미국은 콜로라도강에서 19억㎥의 물을 멕시코로 보내야 한다. 멕시코는 강물 5년 치를 합산해 일정 기간 나눠서 흘려보내는데, 올해는 10월 24일이 만기일이다.
그러나 올해 멕시코의 '물'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올여름 강수량이 평소의 30%에도 못 미치는 등 전국이 물 부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미국에 제때 물을 보내지 못해 '물 빚'이 쌓였고, 약 한 달 안에 3억7854만㎥의 물을 갚아야 할 처지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 정부에 물을 조속히 방류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멕시코 농민들, 농작물 말라가는데
더욱이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각해 농작물 재배가 위기에 처했다고 농민들은 호소한다. 만약 댐에 저장해둔 물까지 방류하면 내년 봄 농가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치와와주 농가 대표인 게레로 카리요는 WP와의 인터뷰에서 "농민 수천 명이 물 부족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멕시코 국경 내 물을 지킬 권리가 있다. 절대 미국으로 물을 흘려보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멕시코 정부, "미국서 받는 물이 더 많아 포기 못 해"
WP에 따르면 미국과 멕시코 간 '물 협약'을 둘러싼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멕시코가 갚아야 할 '물 빚' 규모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가 이견을 보이고 있고, 물 협약 이행 과정에서 멕시코 정부의 회계부실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