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이 배포한 입장문에는 아들 휴가 문제로 군에 제기한 ‘민원’이 본인이 직접 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의 옛 보좌관이 군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 연장 문의 또는 부탁을 했다는 군 관계자 진술의 진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이처럼 본질은 피해가며 ‘검찰 개혁’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진솔하게 사정을 이야기해야 국민이 그 사과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판단할 것 아닌가.
추미애 장관 “송구하다”면서 의혹엔 함구
검찰 개혁을 자리 지키기 명분으로 사용
검찰 ‘개악’을 중단하고 진실을 고백해야
최근 여권 정치인들도 검찰 개혁을 구실로 삼아 추 장관을 엄호하고 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제 추 장관 아들 탈영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시 당직 사병 A씨에 대해 “단독범이 아닌 것 같다. 공범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사안을 개혁에 저항하는 집단이 만든 분란으로 호도한다는 측면에서 추 장관의 입장문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황 의원은 A씨 실명까지 공개했는데, 같은 당의 금태섭 의원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 행적을 보면 그는 검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정권이나 자기 아들과 관련한 수사에서 미적거리며 시간을 끈 검사들은 영전시키고, 권력형 부패 범죄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검사들은 좌천시켰다. 조국 전 장관 수사를 결심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은 모두 지방으로 보내버렸다. 그 결과 권력 눈치를 보는 검사들, 곁불을 쬐며 온기를 만끽하는 검사들이 요직에 앉았다. 이게 검찰 개혁이란 말인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동에 조심하라”고 경고했음에도 ‘친문’ 정치인들이 앞다퉈 해괴한 궤변으로 추 장관 감싸기를 시도하고 있다. 추 장관의 사퇴가 권력 누수로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 정권 핵심부가 개입한 조직적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청와대는 추 장관 가족이 민원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담긴 국방부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느닷없이 ‘공직 기강 감찰’을 선언했다. 내부 제보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얄팍한 수로 진실을 감출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아는 대로 진상을 밝히는 것이 추 장관이 살길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민은 개혁만 내세우면 눈감고 손뼉 쳐 주는 바보가 아니다. 더는 ‘검찰 개혁’을 비행의 보호막으로 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