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 비서 A씨가 지난 4월 총선 직전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이를 계기로 변호사를 만나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 측은 서울시가 4월 성폭력 사건이 터졌을 때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온세상 법무법인)는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NS에서 소문이 있었지만 A씨가 지난 4월 서울시 비서실 직원에게도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차 피해를 우려해 밝히지 않았는데 서울시의 미온적인 대처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이 사실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 비서 A씨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인터뷰
4월에 징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미온적 대응
실제 서울시가 성폭력 혐의를 받는 남자 직원을 직위 해제한 날은 언론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4월 24일이다. 김 변호사는 "A씨가 항의했는데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당시 언론 제보를 하게 됐다"며 "언론 보도 후에야 서울시 관계자들의 전화가 A씨에게 빗발쳤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시장도 A씨에게 '힘내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언론 보도 전인 4월 22일 피해자가 '성범죄 사건인 만큼 징계를 원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인사기획관에게 보냈다"며 "가해자 징계를 다시 한번 명확히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A씨 4월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김 변호사는 5월 12일(1차 상담) A씨를 처음 만났다. 4월 사건에 대해 주로 상담을 진행했는데 상담 말미에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가 있다고 하면서 박 전 시장 사건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달 26일 2차 상담을 진행했다. 이후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8일 A씨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피해자 A씨가 나를 처음 찾았을 때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를 결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는 4년 동안 뼈가 침식됐다고 한다. 겉으로는 멀쩡했지만 문제 삼았다가 안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4월 또 피해를 입었다. '골다공증(박 전 시장 성추행)' 상태에서 '교통사고(4월 성폭력)'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그는 "하나의 사건을 피해자가 감당하기에도 너무 힘든데 두 개 사건이 다 유지가 되고 있고 한 사건은 피고소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4월 사건 가해자의 정상적인 삶은 유지되고 있고 피해자의 비정상적인 삶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서 채용 시 "얼굴 보러 불렀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 포렌식 해 사건 실체 밝혀야"
경찰은 지난 7월 14일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통신 영장 기각 이후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도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중단했다. 지난 7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성추행 방조 혐의에 대한 관련자 조사와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영장 재신청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