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부터 태풍까지…밍밍한 바닷물
신안 태평염전은 소금생산 시설만 약 220㏊ 크기로 전국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날 태평염전 어느 곳에서도 소금을 만들고 있지 않았다. 박 회장은 “지난달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바닷물이 싱겁다”며 “8~9월 햇볕이 강할 땐 바닷물을 하루만 말리면 소금이 나오는데 지금은 4일을 말려도 어렵다”고 말했다.
오랜 비로 싱거워진 바닷물…생산기간도 짧아
태풍 때 염전과 소금 등 보관창고 피해도 심각
염전·소금 창고 침수피해도 심각
태평염전은 지난 6일과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뿌린 비바람 때문에 흙탕물이 약 1m 가까이 차올랐다. 앞서 발생했던 태풍 ‘바비’와 ‘마이삭’이 북상했을 때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저장해 뒀던 농축된 바닷물도 태풍 때 일부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태평염전이 있는 증도와 임자도 등에 있는 일부 염전 업주들은 “창고 끝까지 물이 차올라 보관하던 소금과 함수가 모두 물에 녹아버렸다”고 말했다.
산지부터 소금값 올라…“중국산 들어올까 걱정”
신안군은 전국 소금 생산량의 80%에 달하는 천일염을 생산해내는 산지다. 이 때문에 신안에선 천일염 품질 유지를 위해 조례로 생산 기간을 매년 3월 28일부터 10월 15일까지로 제한해 놓았다. 최근 들어서는 천일염 소비량이 줄어 가격 폭락을 예방하기 위해 생산자들이 자체적으로 6월께 휴업 기간을 갖는다. 올해는 장마와 태풍 때문에 생산 기간이 더 짧았다.
지난해 7~8월 신안에서 3000원에 거래되던 20㎏ 소금 1가마가 지난 9일에는 7500원에 팔렸다. 며칠 뒤면 8500원도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천일염 생산자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랜 비 때문에 소금창고가 텅 빈 상태여서다.
생산자들 “소금값 안 올랐으면” 왜?
신안 천일염 생산자들은 소금값이 더는 오르지 않길 바라는 분위기다. 소금값이 폭등해 중국산 소금이 대량 수입되는 상황까지도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산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소금이 신안 천일염으로 팔리면 부정적 인식 확산과 소비자 불신 등 피해가 국내 생산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입장이다.
“2012년 덴빈·볼라벤 때보다 상황 안 좋아”
신안=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