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대변신 이끈 정우진 대표
네이버와 분리 때 새 수익원 절실
페이코·바둑AI·벅스뮤직 등 키워
게임이 매출 88% 차지하던 회사
지금은 72%가 결제·AI 등서 나와
중앙일보는 지난달 27일 정 대표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NHN플레이뮤지엄에서 만났다. 게임회사가 비게임 분야로 '전향'한 이유로 그는 “PC 시대엔 무엇을 ‘검색’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모바일 시대엔 무엇을 ‘결제’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7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 네이버 분리 당시 NHN엔 게임만 있었다. 변동성이 큰 게임사업과 함께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새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 당시 시대적 흐름이 모바일 전환이었다. 검색 키워드를 통해 이 사람을 파악할 수 있었던 PC 환경과 달리 모바일에선 어떤 결제를 하냐가 이 사람의 정체성을 파악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었다. 게임에서 키워온 개발력과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역량을 바탕으로 전자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 NHN한국사이버결제, 페이코 등 결제 외에도 클라우드(토스트), 음악(벅스뮤직), AI(바둑 AI한돌), 예매(티켓링크·여행박사) 등 사업영역이 다양하다.
- 페이(결제)사업은 홀로 설 수 없다. ‘연결’이 핵심이다. 페이에서 e커머스로 연결됐고 디지털 광고, 쇼핑몰 서버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쇼핑몰을 만들어 주는 플랫폼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축인 게임 관련 영역은 사람의 여가시간을 잡는 분야다. 여기서도 게임의 경쟁자가 다양해졌다. 지금으로선 넷플릭스나 유튜브 모두 경쟁자다. 음악, 웹툰, 여행 등으로 뻗어 나간 이유다.
- 지난해 NHN의 바둑 AI가 이세돌9단과 대국했다. 바둑AI는 왜 만들었나.
- 한게임 바둑이 있어서 시작했다. 지난해 말 이세돌9단 은퇴 대국에서 2승 1패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눈높이에 맞춘 AI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 실력에 맞춰 바둑을 둘 수 있게 고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8급 AI, 1급 AI 등 각자 실력에 맞춰 선택해서 바둑을 둘 수 있게 만드는 게 지금의 과제다. 현시점에서 AI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AI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서비스다.
- 여러 분야에 진출했지만, 압도적 1위 서비스는 별로 없다.
- 앞으로의 과제다. 다만 우리 특성상 압도적 1등을 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가기보단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진출해 파트너가 되는 쪽이 맞다. 다양한 분야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올라가는 성장 곡선을 보여주는 ‘종합상사’ 같은 IT회사가 우리가 그리고 있는 방향이다.
-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리나.
- 회사 9층엔 ‘수퍼플랫’이라는 회의실이 있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반 회사 내 전 분야 사업 책임자들이 원탁에 앉아 의견을 나눈다. 이 회의의 특징은 ‘솔직’이다. 어떤 얘기라도 다 할 수 있다. 그게 우리 강점이기도 하다.
NHN은 지난 7월 경기도·서울시가 각각 추진하는 공공배달 앱 사업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이를 두고 대기업 NHN이 배달의민족 등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사업영역에 뛰어 든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소상공인·개인사업자를 보호한다는 공공배달 앱 사업 취지를 먼저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앱 제작 및 결제가 우리 역할인데, 사업수익은 없을 것”이라며 “특정 앱을 안 쓰고도 내 음식을 누구에게라도 배달할 수 있게 (소상공인을)도와주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올해 20년 근속 직원에게 주는 ‘베테랑’ 칭호를 받는다. 정 대표와 함께 직원 2명이 '20년 베테랑'이 된다. 이직이 잦은 IT업계에선 드문 일이다. 주요 IT기업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4~5년 안팎이다.
- 창업할 생각은 없었나.
- 20년이나 다닐 거라고는 나도 생각 못 했다. 요즘엔 창업 많이 하고 성공도 많고 대박을 노리는 이들도 많지만, 솔직히 모든 사람이 그 방식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한 조직에서 오래 있으면서 여러 동료와 함께 경험을 쌓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IT기업 오래 다니는 게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