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워드는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기자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15일 책이 나올 예정이었는데,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언론을 통해 9일(현지시간) 내용이 먼저 공개됐다.
신간 『분노(Rage)』일부 내용 공개
트럼프, 코로나19 위력 미리 알고 있어
"공황상태 피하려 일부러 낮춰 말했다고"
CNN "선제조치 취했으면 수천명 살렸을 것"
옆에 있던 매슈 포틴저 보좌관은 스페인 독감에 비교했다. "일단 중국과 접촉하면, 1918년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독감과 같은 보건 비상사태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연속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던 때였다.
열흘 뒤인 2월 7일, 우드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공개적으로 말한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기를 들이마시기만 해도 옮긴다(감염된다).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면서 "어떤 지독한 독감보다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개석상에선 "계절 독감보다 독하지 않다. 곧 사라질 것이다. 미국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던 것과는 상반된 고백이라고 WP는 전했다.
이후 3월 19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러 코로나19의 위력을 낮춰 말했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공황상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CNN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2월 초에 선제적으로 봉쇄조치를 내리고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를 강조했다면 수천 명 미국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 국민 겁주고 싶지 않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미시간주 선거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가 있었고 얼마나 위험한지 알았지만, 이 치명적 질병이 이 나라를 관통할 때 그는 자기 역할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특히 “이는 미국 국민에 대한 생사가 걸린 배신"이라며 "그는 자기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날 마침 백악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대법원 판사 지명에 대한 기자회견에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은 "왜 사태 초기 코로나19의 위력을 평가절하했는지"에만 맞춰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 나라의 치어리더다.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그래서 국민을 겁주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전 세계에서 마스크나 가운 등을 사들이면서 가격이 올라 구하기도 힘들게 됐을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원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강조했지만, 위험성을 알고도 축소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었다.
현재 20만 명 가까운 사망자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의 유입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막았다"며 "우리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면 지금 숫자가 아니라 수백만 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워싱턴=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