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사건을 먼저 수면 위로 올린 중국은 대인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8일 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두 차례 사설을 통해 "판공호 충돌은 인도가 실질통제선(LAC)을 넘어 총기를 먼저 사용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중국은 평화를 원하지만 인도의 오판으로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中 매체, 1962년 전쟁 언급하며 "오판하지 말라"
중국 군사전문가가 쓴 또다른 사설에서는 1962년 중·인 전쟁이 언급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인도는 전쟁 패배 후 복수를 원했고 미국과 러시아에서 장비를 사 왔다"며 "중국과 인도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이 기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도는 무기를 수입해와야 하기 때문에 전투가 시작되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며 "인도가 도발하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도 이날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인도군이 인민해방군을 향해 총을 쏜다면 그 결과는 인도군의 섬멸뿐"이라며 "갈등을 확대한다면 더 많은 인도군 사상자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印 매체 무장한 중국군 사진 공개…WSJ에 "최악 상황 대비"
NDTV 등 인도 매체는 중국군이 자동 소총과 몽둥이, 창은 물론 중세시대 대도인 '언월도'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무장한 중국군 50∼60명은 7일 오후 6시께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분쟁지 판공호수 남쪽 제방의 인도군 진지를 향해 공격적으로 접근했다.
인도 당국 관계자는 "인도군은 중국군을 향해 소리를 치며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보여줬다"며 "그러자 중국군은 10∼15발가량 허공에 위협 사격을 하며 물러났다"고 밝혔다.
인도 당국 관계자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서도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이번 겨울 수만명의 군인을 국경에 추가로 주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관리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中, 인도 접경지 미얀마·파키스탄에 공들여
중국은 친중국 경제벨트를 만들기 위해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을 펴고 있다. 전세계로 연결되는 길을 뚫기 위해 육지와 해상 길을 만들고 있는데 인도, 미얀마, 파키스탄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 중 일부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계기로 관계를 강화한 미얀마의 경우 중국에게는 인도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루트다. 파키스탄을 통해서도 인도 서부 바다에 이를 수 있다. SCMP 칼럼은 인도에 "미얀마 등과 함께 관계를 맺는데 동참하라"고 했다. 가장 격렬한 국경 분쟁지인 인도가 중국의 계획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 대한 반감 높아진 인도인들
최근에는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이 된 것으로 인해 감정이 더 악화된 측면도 있다. 지난 6월 국경에서의 물리적 충돌로 2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후 인도에서는 '중국 앱 삭제' 열풍마저 불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총기 사용금지 합의가 깨지고 중국에서 1962년 전쟁까지 언급하면서 양국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다.
WSJ는 두 국가가 지금까지 국경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으면서 흐릿한 LAC를 따라 누가 어느 봉우리와 계곡을 지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심화된 긴장은 "지정학적 싸움인 동시에 국가적 자존심 싸움"이라고 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