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에 불이 호수를 삼켰습니다. 사방이 다 불에 둘러싸였는데,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인기 휴양지 매머스 풀 저수지. 가족과 함께 캠핑 중이던 두 아이의 아빠 제레미 레밍턴은 공포를 느꼈다. 캠핑장에서 산불이 보이기 시작한 지 30분 만에 호수 사방을 둘러싼 것이다. 가족과 함께 차를 몰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도로마저 막혀 버렸다.
제레미는 7일(현지시간)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휴대폰조차 터지지 않았다. 주위에 있던 야영객 모두가 겪은 상황이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됐음을 확인했을 때 야영객들은 더욱 절망을 느꼈다.
제레미는 "마치 세상에서 우리가 잊혀진 채 거대한 불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두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크리크 파이어'로 명명된 이 산불은 4일 저녁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쪽의 숲에서 시작됐다. 산불은 하루 만에 3만 6000에이커(145.6㎢)로 번졌고, 6일 오전에는 4만 5000에이커(약 182㎢)로 확대됐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주내 5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크릭 파이어' 외에도 3건의 대규모 산불이 발화한 상태다. 7일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7000에이커(28.3㎢) 이상을 태운 캘리포니아 남부 엘도라도 산불은 지난 5일 출산을 앞둔 예비부모가 친지들과 함께 태어날 아기의 성별 확인 파티를 열고 불꽃놀이를 하다가 발생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