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에서 일하다 해고된 이종혁(43)씨는 울분부터 토했다. 그를 4일 만났다. 장기호 인국공노조 위원장, 공민천 인천공항보안검색서비스노조 위원장, 공인수 인천공항보안검색운영노조 위원장과 함께였다.
직고용 강행에 이유없이 해고된
21년차 40대 전문직 가장의 울분
“반대하자 내 편 아니라며 멀리해”
“공정의 가치를 묻는다”에 답해야
이씨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생동물통제관리 부문에서 일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공항 인근의 새를 쫓고, 쥐와 같은 동물의 서식지를 제거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전 세계 모든 공항이 전문직으로 여기는 직종이다. 이씨는 이 직업을 가지려 수렵면허증, 총포허가증, 1종보통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21년 동안 근무했다. 근무 평점으로 문제된 경우도 없었다.
이씨는 공사에 해고 사유를 물었다. 공사는 답 대신 “이의신청을 하라”고 했다. 이의신청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8월 13일 e-메일로 결과를 통보받았다. ‘기각’ 딱 두 글자뿐이었다. 이씨는 지금도 해고된 까닭을 모른다. 그는 “20여 년을 문제 없이 일했는데, 최종 면접에서 떨어질 이유가 없다. 이유를 알아야 소명이라도 할 것 아닌가. 소명 절차도 없다. 이게 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고, 사람 중심 정책인가”라고 말했다.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씨는 이후에도 회사에 출근했다. 그러나 사원증의 출입 기능이 정지돼 출입을 봉쇄당했다. 그에겐 아내(42)와 사이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가 있다. 며칠 전 막내와 둘째가 이씨에게 로또 번호를 건넸다. “1등 당첨될 거야. 그러면 (아빠가) 돈 못 버니 (당첨금으로) 장난감 사고 맛있는 거 먹을 수 있어”라면서다. 먹먹해서 한동안 말을 못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집회에서 삭발한 그를 TV 뉴스로 접하고 해고 사실을 알았다. 부모님과 처가에서 생활비를 보태줘 근근이 생계를 꾸리고 있다. 공민천 위원장은 “고용 안정을 위해 자회사 정규직에 합의했다. 가정을 파괴하고 실직자를 양산하는 직고용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옆에 있던 세 명의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정규직화를 앞세워 우리를 돕는 것처럼 말한다. 우리가 ‘이미 정규직이다. 직고용 필요 없다’고 하자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본다. 단박에 내 편이 아니라며 멀리한다. 우리도 더불어민주당 당원이다. ‘을’을 돕는다는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 자기편에게만 ‘을’이다.”
이 와중에 인천공항공사는 대화 대신 노조 통제에 나섰다. 구본환 사장은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를 고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장기호 위원장은 “공사의 새 로고(CI)를 놓고 논란이 일자 로고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감사실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회사에 공사 출신을 ‘그룹장’이라는 직함으로 낙하산 파견을 하다 노조와 정면충돌했다. “멀쩡한 자회사 정규직을 내쫓으면서 공사 고위층은 자리 잔치를 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천공항은 엄청난 네트워크가 모인 세계적인 허브공항이다. 다양한 기술과 업무가 결합된 곳이다. 전문성을 존중하고, 독립 경영체계를 인정하는 자회사 정규직이 맞지 않나 싶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직고용이 당사자는 물론 청년과 국민의 공분을 샀다”고 말했다. 이씨와 세 노조 위원장은 “3년여 간의 합의과정을 무시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며 “공정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청와대에 묻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