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을 찾은 성묘객이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모습. 송봉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추석 명절 ‘민족 대이동’ 풍경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김씨처럼 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추석에 성묘를 가지 않고 ‘집콕’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서다. 한가위를 앞두고 벌초 대행업체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일부 지자체에선 ‘온라인 추모관’을 준비하고 있다.
“벌초 대행 인력 추가 고용”
코로나 19 여파로 벌초 대행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산림조합에서 벌초 대행을 하는 모습. [산림조합중앙회]
벌초 대행을 하는 사설 업체나 산림조합에는 지난해 대비 약 1.5~2배 문의가 늘었다. 벌초 대행업체 '조상님이발소'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벌초를 업체에 맡기는 문화가 생기고 있었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문의가 50% 이상 늘었다. 문의 전화가 하루에 20통, 온라인 접수는 50건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추석 바로 전주에 벌초를 맡기는 분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성묘를 아예 안 가는 분이 많아서 그런지 이미 벌초를 끝낸 묘도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산림조합에선 인력을 추가로 뽑았다. 옥천산림조합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벌초 인력을 기존 12명에서 20명으로 늘렸다”며 “벌초 건수가 지난해 대비 2배 정도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도 “정확한 수치는 11월이 돼야 발표를 할 수 있지만, 꾸준히 벌초 대행 문의가 오고 있다”며 "현재 벌초를 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둔 상황이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일용직 등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구인·구직 사이트엔 ‘벌초 뒷정리 아르바이트’ 구인공고가 일당 10만원에 올라와 있다.
정부는 온라인 성묘 권장
인천시는 온라인 성묘 예약을 미리 받고 있다. [인천가족공원 홈페이지 캡처]
일부 가정에선 ‘눈치싸움’도 벌어졌다. 주부 한 모(41) 씨는 "시댁에서 먼저 ‘이번 명절엔 오지 말라’고 해야 안 갈 텐데, 아직 그런 말씀이 없어서 음식을 마련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맘 카페에도 비슷한 고민이 줄을 이었다. “시댁은 워낙 예의를 중시해 어차피 가야 할 것 같다” “어머니가 오지 말라고 해도 남편이 가려고 한다” 등의 내용이다.
“10월 초 ‘트윈데믹’ 확산 주의”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지하철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히 10월 초 추석 민족 대이동 시기엔 매년 독감도 유행하기 때문에 두 가지 전염병이 함께 발생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우려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야 하지만 제사를 하지 않으면 인륜을 저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명절 문화를 깨긴 쉽지 않아 보인다" 며 “정부에선 보다 명확한 추석 방역대책을 세우고 국민에게도 이동을 자제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