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인사이트] 종이 신문을 낯설어하는 20대가 종이 신문을 더 많이 신청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0.09.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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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종이 신문인 폴인페이퍼를 신청하신 분들은 디지털 콘텐츠인 폴인멤버십을 유료 구독하는 분들보다 오히려 연령대가 낮아요. 25~34세가 50%를 훌쩍 넘기죠. 종이 매체가 익숙해서 폴인페이퍼를 신청한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찾아 페이퍼를 신청한 거라고 생각합니다.”_정선언 폴인 콘텐츠 총괄 에디터

“신문 디자인도 그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종이 신문이란 무엇일까. 길거리 가판대에서 익숙하게 봤지만, 자신은 애정을 느끼며 소비한 적이 없는 매체일 거에요. 낯설고도 익숙한 이 매체가 어떻게 밀레니얼들에게 다가가야 할지를 디자인적으로 풀어내려고 해요.”_이원제 상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지난달 28일 서울 약수동의 공유오피스 로컬스티치 약수점. 종이 신문과 잡지들로 꽉 찬 테이블 위에서, 이원제 교수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지식 플랫폼 폴인이 9월 하순 창간하는 폴인페이퍼의 1면 디자인 시안이 모니터를 채웠다. “종이 신문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살리면서, 기존 한국의 신문과는 완전히 다른 문법을 적용하는 게 좋다는 제안입니다. 폴인은 뉴스 매체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신문에 채워넣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거든요. 어떻게 여백을 살리면서,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폴인페이퍼 창간호의 아트디렉터를 맡았다. 수제자이자 브랜드 컨설팅회사 소디움파트너스 출신의 김리연 디자이너와 함께 폴인페이퍼의 디자인 프레임을 잡는다. 이 교수는 서른 둘이었던 2001년 상명대에 부임한 이후 공간 기반의 고객 경험 설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SPC그룹의 해피포인트 브랜드 리뉴얼 작업, 일본 UDS와 함께 한 서울 역삼동 레귤러식스의 공간 기획 및 브랜딩 작업을 맡은 바 있다. 지금은 한 프랜차이즈 버거 브랜드의 고객 경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폴인페이퍼 창간호의 아트 디렉터를 맡은 이원제 상명대 시각디자인과 교수. [사진 최지훈 폴인 객원 사진작가]

이 교수는 도쿄와 싱가포르, 상하이 등 다양한 고객 중심의 공간을 자비로 찾아다닌, ‘공부하는 교수’로도 유명하다. 도쿄의 롯폰기 힐스나 힐사이드 테라스 같은 공간에서 느끼고 배운 점을 담아 지난해 폴인에서 〈공간 프런티어: 도시를 바꾼 기획자들〉이란 제목의 스토리북을 냈다. 2018년 10월 열린 폴인의 컨퍼런스 〈밀레니얼의 도시〉 총괄 기획을 맡기도 했다. 폴인페이퍼 창간호를 디자인하며 그는 “기존엔 보지 못했던 신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원제 교수와의 일문일답.
 
폴인페이퍼 창간호의 디자인을 맡게 된 이유는.
“폴인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폴인이 런칭한 2018년 8월 이전부터 폴인에 관심을 가져왔다. 폴인의 링커로 스토리북을 발행하기도 했지만, 폴인스터디를 내 돈 내고 두 차례나 참여한 멤버이기도 하다. 폴인이 2018년 4월에 시험 삼아 ‘워크 체인저 컨퍼런스’라는 걸 열었는데, 그때 ‘일의 변화(Change of Work)를 이야기하는 플랫폼’이라는 설명에 감동했다. 기존의 매체와는 콘텐츠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떤 점이 다르다는 건가.
“기존의 매체들은 정치, 사회, 경제 같은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눈다. 그게 독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일까, 하는 의문을 품곤 했다. 일의 변화, 라는 주제 설정은 ‘일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하겠다는 문제 제기다. 그게 참신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국의 매체 ‘모노클’과 맥락이 닿아있다고도 생각했다.”
 
모노클과 폴인의 맥락이 비슷하다면.  
“두 가지다. 첫째는 콘텐츠 주제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모노클은 스스로를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고민하는 매체’라고 정의한다. 매년 같은 제목의 컨퍼런스를 크게 열기도 한다. 도시라는 큰 키워드가 있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더 나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바탕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일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라는 폴인의 주제 의식 역시,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가 선명하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온ㆍ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모노클은 종이 매체로 출발했지만, 온라인 유료구독자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팟캐스트도 운영하고 있다. 모노클의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매장인 모노클숍도 연다. 폴인은 디지털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폴인스터디를 통해 멤버들을 직접 만나고, 이번에 종이 신문까지 발행하지 않나.”

이원제 교수와 함께 폴인페이퍼 창간호 편집디자인을 맡은 김리연 디자이너. [사진 최지훈 폴인 객원 사진작가]

 
모노클의 전략을 꼭 벤치마킹한 건 아니지만, 폴인이 입체적인 콘텐츠 소비 경험을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폴인이 미래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브랜드이든 소비자의 삶을 바탕으로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이지만, 소비자들은 디지털 속에서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시간에도 이 소비자들을 파고들어가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다양한 각도의 경험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폴인스토리를 스마트폰으로만 읽었던 사람과 종이신문도 함께 본 사람, 폴인이 지난해 성수동에서 연 팝업스토어까지 가본 사람, 폴인이 여는 온라인 세미나까지 참여해본 사람. 이들이 ‘폴인’하면 떠올리는 감각은 모두 다르다. 물론 입체적인 소비를 해 본 사람이 훨씬 더 풍부한 기억을 가지게 될 거고, 그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공간 경험 설계에 대해 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가장 궁극적인 경험 설계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는 브랜드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하지만 이제 오프라인 공간이 의미없다거나, 온라인 중심으로 고객 경험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10, 20대들은 더 아날로그적인 것에 끌릴 것이다. 공간 경험을 장악한 브랜드, 특히 온오프라인 믹스 경험을 제대로 설계할 줄 아는 브랜드가 가장 높은 포지셔닝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이번 폴인페이퍼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폴인에서 ‘디자인 페이지네이션 퍼스트’를 제안했다. 디자인적으로 어떤 종이 신문을 밀레니얼들이 원할지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페이지네이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콘텐츠 중심의 팀에서 먼저 제안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주말의 영감’이라는 폴인페이퍼의 목표에 어울리는 페이지네이션을 고민하고 있고, 이미 큰 프레임이 나왔다. 기존 신문들이 시도하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안들이 제시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네 차례 시험 발행된 폴인페이퍼는 9월 21일 정식으로 창간된다. [사진 최지훈 폴인 객원 사진작가]

이원제 교수와 함께 페이퍼 디자인 작업에 참여한 김리연 디자이너는 “폴인멤버십 고객이 신문을 펼치는 순간부터 글을 읽어나가는 여정이 새롭길 바란다”며 “이미지와 텍스트, 그래픽의 균형잡힌 배치를 통해 풍부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디자인한 폴인페이퍼는 9월 21일 창간호 발행을 앞두고 있다. 폴인멤버십 회원이라면 11일까지만 무료로 페이퍼를 신청할 수 있다. 이후에는 월 1만4800원의 ‘폴인멤버십+페이퍼’ 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폴인페이퍼를 초기 기획한 김종원 폴인 사업기획 총괄은 “다른 디지털 유료구독 상품과 달리 폴인멤버십은 다양한 온ㆍ오프라인 세미나 참석 기회가 연계된 입체적 구독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라며 “이번 종이신문 런칭을 계기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오가는 경험을 강화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