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에 ‘뉴트로’(새로운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를 합친 ‘할메니얼’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할메니얼로 불리는 소비자들에게 인기 메뉴는 쑥·흑임자 라떼다. 집에서 식혜나 수정과를 직접 만든 뒤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한다.
할매 입맛 열광 1980~2000년대생
뉴트로와 또래 놀이 결합된 소비
코로나로 건강 챙기기 더해져
고령층 먹던 해초전복죽 뜻밖 인기
빙그레는 비비빅 흑임자에 이어 투게더 흑임자 맛도 내놨다. 비비빅 흑임자는 월평균 80만 개, 투게더 흑임자는 6만개씩 팔린다는 설명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새로운 맛 출시로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도 가세했다. 편의점 CU는 롯데푸드와 손잡고 지난 5월 빵빠레 흑임자를 내놨다. 판매 개시와 함께 CU의 아이스크림 매출 10위에 들었다. 지난 2월 선보인 초당순두부 아이스크림은 출시 두 달 만에 100만개 넘게 팔렸다. 현재 CU에서 살 수 있는 흑임자 관련 상품은 20개가 넘는다고 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스낵식품팀의 이용구 MD(상품기획자)는 “제조업체들과 손잡고 ‘할매 입맛’ 관련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령층을 겨냥해 출시한 제품이 뜻밖에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한다. 현대그린푸드는 ‘그리팅’이란 건강 식단 브랜드를 선보였다. 그리팅에서 파는 죽 매출의 절반 이상은 20~30대라고 한다. 이들에겐 해초 전복죽, 유근피 녹두 삼계죽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고령 세대가 아플 때 식사대용으로 먹던 죽을 2030세대는 간편한 식사나 건강식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계에선 ‘할매 스타일’의 의류·잡화를 파는 점포가 곳곳에 생기고 있다. 지난해 돌체앤가바나·베트멍 등의 패션쇼에선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즐겨 입는 것과 비슷한 옷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