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신라 적석목곽묘 사상 13번째로 금동 신발이 나왔던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금동관 등 6세기 전반에 제작된 장신구 일체가 출토됐다고 3일 문화재청이 밝혔다. 경주 지역의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墓·적석목곽묘)에서 관과 귀걸이, 반지, 신발 등이 일괄로 출토된 것은 1973년 황남대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경주 황남동 120-2호분 발굴
1500년 전 최고위층 장신구 출토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출토된 장신구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 형상대로 노출됐다. 피장자가 이들을 착장한 채 묻혔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5월 금동 달개(瓔珞·장식의 일종) 일부가 먼저 노출됐던 머리 부분에선 금동관이 확인됐다. 최고위급 신분임을 시사한다. 금동관은 화려하다. 관테에는 역 하트 모양 장식용 구멍들이 뚫렸고, 관테와 세움장식 사이에는 ‘ㅜ, ㅗ’ 모양으로 뚫린 투조판이 있다.
은 허리띠의 양 끝부분에선 4점이 묶음을 이룬 은팔찌가 출토됐다. 오른팔 표면에선 1㎜ 내외의 노란색 구슬이 500점 넘게 나와 구슬 팔찌도 찼던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은반지가 오른손에서 5점, 왼손에서 1점이 나왔다. 왼손 부분을 추가 조사하면 은반지가 더 출토될 수도 있다. 천마총의 피장자처럼 손가락마다 반지를 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출토됐던 금동 신발은 피장자가 신은 상태였던 걸로 추정된다. 이전까지 발굴 사례에서 금동 신발이 모두 피장자 옆에 놓여 있던 것과 다르다.
금동관의 중앙부에서 금동 신발 뒤꿈치까지의 길이는 약 176㎝. 피장자의 키를 170㎝ 내외로 추정하는 이유다.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 추진단의 이현태 연구사는 “인골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한 확언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고고학적 판단으로는 장신의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 신라인의 평균 키를 알 순 없어도 이례적인 케이스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굴은 2018년부터 이어지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 조사 사업의 일환이다. 문화재청은 “과학적 분석으로 인골 흔적을 탐색하고, 신분·성별 등 피장자의 정보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