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20년 동안 한은 경제성장률 전망과 실적을 분석했는데 단 한번도 실제 경제성장률을 맞춘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전문가고, 최고의 엘리트가 모여 있고, 인건비는 거의 9000만원 이상을 받는 한은 직원들은 왜 20년 동안 한번도 맞추지 못하죠?
- 이: 전망을 할 때는 그 시점에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 모든 분석 수단을 활용해서 하게 됩니다. 그런데 과거 10~20년 전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너무 많이 터졌고, 최근 코로나도 그렇고, 글로벌 위기라든가 전망 당시에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하지 않은 충격들이…
- 양: 불확실적인 그런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추지 못할 상황도 있을 거라는 인정을 합니다만. 그렇지 않을 때도 전망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춘 적이 없다는 걸 지적하는 겁니다. (중략) 다양한 변수를 동원하지 않는 전망치가 있습니까? 어느 기관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한국은행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춘 적이 없다는 걸 지적하는 거예요.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 전의 정보를 가지고 한다. 경제는 멈춰있지 않다. 변수는 계속 등장하고, 흐름도 바뀐다. 예컨대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예상하고,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면 당연히 그 시점엔 ‘미친 소리’란 얘길 들었을 터다.
코로나19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초대형 이슈가 아니어도 크고 작은 사건이 수시로 터진다. 지난해만 돌아봐도 미·중 무역갈등의 진행 상황이 월 단위로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반일 이슈도 터졌다. 올해를 본다면 연초부터 상상 이상의 저유가가 찾아왔고, 여름엔 길어진 장마가 발목을 잡았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정확히(심지어 시점까지) 알 수 없는데 연초 전망과 연말 실적을 일치시키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한은뿐만 아니라 민간 연구기관,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내놓은 연초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틀린다.
오차 없는 전망은 예언의 영역
더 어이없는 발언은 질의 후반에 나왔다. 양 의원은 “앞으로 경제 상황이 위중해질 텐데 큰 오차율을 계속적으로 낸다고 하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에게 “이 경제 전망치를 잘못 예측하는 담당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을 의향이 있느냐”고 말했다.
오차 없는 전망이란 예언의 영역이다. 숫자를 맞추면 칭찬할 수는 있겠으나 틀렸다고 혼낼 일은 당연히 아니다. 양 의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망이 틀렸다고 징계하고, 책임지라고 하면 어느 직원이 전망 업무를 담당하겠나?
압권은 괴리율 발생 원인을 설명하려는 이 총재의 말을 끊고 “반성하세요”라고 소리친 대목이었다. 2016년 ‘사퇴하세요’ 한 마디로 국민적 스타가 됐던 모 의원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