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2명 중 1명이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국인들의 자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대폭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의료 서비스가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 따르면 7월 27일부터 28일까지 미국 성인 165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미국의 대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나쁘다(below average)’ 혹은 ‘최악(One of the worst)’이라고 답했다. 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좋았다(Above average)’ 혹은 ‘최고(One of the best)’라고 답한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
PBS, 미국인들의 의료 시스템 인식 조사
응답자 56% "코로나19 대응 다른 나라보다 못해"
35%는 "미국 의료시스템 평균 이하" 평가
공화당·민주당 지지 정당 따라 인식차 극심
전문가, 의료 정책이 대선 중요 변수 떠올라
미국인 3명 중 1명 “미국 의료 시스템은 평균 이하”
아쉬시 자 브라운대 공중보건학과장은 PBS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 의료 시스템의 수준이 기존 예상보다 나쁘다고 체감하게 됐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평가했다.
여기서도 지지 정당에 따라 여론이 엇갈리는 현상이 뚜렷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74%가 평균 이상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22%에 불과했다. 미국 의료 시스템 수준이 세계적으로 떨어진다고 응답한 비율도 공화당 지지자는 8%에 불과했지만, 민주당 지지자는 55%에 달했다.
의료비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년 보건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 의료비는 17%로, OECD 3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PBS는 미국인들이 수년간 의료 시스템에 많은 돈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코로나19 피해를 봤다며 미국인들이 모순적인 현상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료 정책, 대선 변수 될까
PSB는 특히 '오바마 케어'로 대표되는 ‘부담적정보험법(ACA)’이 오는 대선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ACA는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 비율을 높이고, 의료비용 절감 등을 표방하는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에이미 월터 쿡 정치보고서 편집장은 “민주당은 공화당이 오바마 케어를 축소 또는 폐지하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공화당도 팬데믹을 겪으면서 오바마 케어의 규모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2016년 대선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여론조사를 진행한 매리스트 폴의 바바로 카발로 대표는 “민주당에 오바마 케어로 대표되는 의료보험 개혁은 중요한 의제”라며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얼마 남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이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