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8월 28일 내놓은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이다. 말 그대로 중국이 가진 기술 중 수출을 규제하는 품목을 정하는 걸 말한다. 이번 개정은 2008년 이후 12년 만의 개정이다. 중국 정부는 총 53개 신기술을 수출 규제 기술로 정했다. 이중 ‘컴퓨터 서비스 산업’ 이 들어가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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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이 AI 기술을 수출할 경우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것만으론 틱톡을 겨냥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 말이 틀릴 수 있지 않냐고?
이를 염려했는지 중국 관영 언론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줬다. 신화통신의 논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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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 덕분에 국제적으로 성공한 바이트댄스다. 바이트 댄스가 해외 기업에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건 기술 수출의 한 형태다. 그러므로 (틱톡) 매각 협상 중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
"너네 자국 기업을 중국이 인수하니까 국가안보 위협이라 그랬지? 우리도 핵심 기술 가진 우리 기업 미국이 사면 국가안보 위협이야."
」이번 조치는 미국의 경제 공격에 중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 보복을 택하지 않아서다. 대신, 법적 근거와 논리를 들어 틱톡 인수를 막아 트럼프의 애를 태우게 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정책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 차이나의 켄드라 쉐퍼 대표는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틱톡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틱톡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9월 15일까지 매각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트댄스는 이를 감수할 생각이다. 30일 “ ‘중국 기술 수출입 관리 조례’와 ‘중국 수출 제한 기술 목록’을 엄격하게 준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으론 “미국 내 사업 중단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라”고 내부 지시를 내렸다. 매각 협상 결렬을 예감하는 듯한 태도다.
11월 미 대선까지 버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일 중국과 바이트댄스가 이런 태도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압박 카드는 딱히 없다. 굳이 꼽자면 “애플과 구글 등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틱톡 앱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것” 정도인데 “이마저도 중국에서도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비롯한 미국 기업이 중국 정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이런 현실 속에서 더욱 중국 옥죄기에 나설 트럼프와 미국 정부다. 그들은 과연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