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목사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상관이 없는 1948년 건국절 논란 등을 꺼내 들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정부의 방역 조치가 사기극이라고 단정했다. 예전부터 그가 각종 집회나 유튜브에서 주장해 온 내용을 반복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원인 진단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 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전 목사의 이런 발언은 코로나 방역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과 야당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 후 기자회견 열고 정부 맹공
방역 협조하고, 국민·개신교에 미안해해야
전 목사는 이날 자신을 ‘선지자’라고 규정했다. “정치가·사회운동가가 아니라 한국 교회를 이끄는 선지자 중 하나”라며 “문 대통령이 국민을 계속 속인다면 한 달 뒤부터 순교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구약성경의 예언자쯤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다. 참된 목회자라면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믿음도 확신으로 굳어지면 오만과 편견으로 변질할 수 있지 않은가. 전 목사의 지난 행보는 사실 정치인과 다름없었다. 2008년 이후 네 번의 총선에서 당명을 바꿔 가며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 현실정치에 개입해 왔다. 그런데도 정치가·운동가가 아니라면 이만한 자기부정도 없을 터다.
전 목사는 한국 개신교에도 큰 짐이 됐다. 코로나19 대재앙의 원인 중 하나로 교회 모임이 지목되면서 한국 개신교가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계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개신교 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이 사태는 전광훈과 극우 기독교 세력이 저질렀지만 이를 방조하고 묵인한 한국 교회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죄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이제는 전 목사가 이들의 호소에 응답할 차례다.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개신교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선동적인 정치 행보를 중단하고 방역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