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2일 자민당 총재선거 공식 출마 선언
출마 전 이미 의원표 70% 확보, 당선 확실시
아베-스가 인연, 2002년 북한의 일본인 납치
아베정권 정책 그대로 계승할 가능성 높아
이번 선거는 스가 장관과 1일 출마 선언을 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문제로 맺어진 18년의 인연
정치인으로서 아베와 스가는 정반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상이한 배경을 갖고 있다. 아베 총리가 '외할아버지 총리, 아버지 외무상'이란 배경을 갖춘 정치명문가의 '도련님'이라면, 스가 장관은 배경 없이 자수성가한 '흙수저 출신' 정치인이다.
그런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든 계기는 북한 문제였다. 스가 장관은 지난 2013년 일본 격주간지 '프레지던트'(2013년 11월 18일호)와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와의 첫 인연에 대해 "2002년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호' 입항 금지 법률을 의원 입법으로 만들 때부터"라고 답했다.
아베가 사실상 '상왕' 노릇할 가능성도
이후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의 '그림자'로 대부분의 정치행로를 같이 했다. 2007년 아베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난 후 실의에 빠져있을 때 "건강을 회복해 다시 총리를 해야 한다"며 위로한 사람도 스가 장관이었다.
따라서 '스가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대외정책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아베 내각의 연장 선상에 설 것으로 보인다. 사임 발표 회견에서 "의원의 한 사람으로 국정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던 아베 총리가 사실상 '상왕' 노릇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이유다.
스가 장관은 대부분의 사안에서 아베 총리와 노선을 함께 하지만, 2013년 12월 26일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할 때 "경제 재생이 우선"이라며 반대하는 등 일부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치학자인 나카지마 다케시(中島岳志) 도쿄공업대 교수는 저서인 『자민당』(한국어 제목 '일본의 내일')에서 스가 장관은 아베 총리처럼 "뼛속부터 우파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레이와 아저씨'..소탈한 이미지가 강점
2019년 4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로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정해졌을 때, 액자를 들어 올리며 연호를 발표해, '레이와 오지상(레이와 아저씨)'이란 친근한 별명을 갖게 됐다.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도 입후보 가능성이 제기된 직후 지지율이 14%까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정치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 5월부터 격주간지 '프레지던트'에 독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코너도 집필하고 있다. 제목은 '스가 요시히데의 전략적 인생상담'인데, 조직인으로서의 자세 등에 대한 솔직한 조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스가 장관이 술은 못하지만, 팬케이크를 좋아한다"는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방송을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그동안 한계로 여겨졌던 '없음'과 '드러나지 않음'이 장점으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