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대회도 일종의 산업시설이다. 총상금 975만 달러(약 115억 원)의 CJ컵처럼 큰 대회는 많은 일자리와 생산 파급효과를 낸다. ‘올림픽의 경제효과 얼마’ 같은 리포트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CJ컵이 한국 밖으로 나가는 건 아쉽다. 그러나 올해는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는 특수상황이다. 취소하거나 미국으로 옮기는 방법밖에 없고 둘 중에선 대회를 여는 게 낫다.
미국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건 장점이 있다. CJ컵이 제주에서 열릴 때는 관계자들이 선수들에게 찾아가 대회에 나와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메이저급 상금을 갖춘 CJ컵이 미국으로 가면 대회와 선수의 갑을관계가 바뀐다.
특히 라스베이거스는 더 좋다. 코로나 시대라 선수들이 이동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데 PGA 투어가 2주 연속 이 지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도 가능성이 있다. 허리 수술을 한 우즈는 “날이 추우면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10월 제주 중 산간에서 열리는 CJ컵은 꺼렸지만, 날이 따뜻한 라스베이거스라면 다른 얘기다.
일정도 딱 좋다.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메이저대회가 연기됐다. US오픈이 9월 중순, 마스터스가 11월 중순이다. CJ컵은 그 중간인 10월 중순이다.
대회가 열리는 섀도 크릭 골프장은 명문 코스인 데다 우즈와도 관계가 깊다. 우즈는 이곳에서 ‘타이거 잼’이라는 골프+콘서트+파티 등의 자선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우즈가 전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과 본격적으로 사귀게 된 곳도 타이거 잼에서였다. 지난해 타이거 우즈-필 미켈슨의 이벤트 경기를 연 곳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서부다. 한국에서는 새벽이 아니라 아침에 생중계를 볼 수 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후 5시~8시 프라임 타임에 중계된다. 식품 글로벌화를 시도하는 타이틀 스폰서 CJ는 높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CJ로서는 미국 개최가 더 유리할 것이다.
CJ컵 미국 개최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내 투어의 젊은 선수들이라고 본다. KPGA 선수권에서 우승해 CJ컵 출전이 확정된 김성현(22)은 “PGA 투어에 진출할 계획이라 미국에서 최고 선수들과 겨뤄보는 건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이 밖에도 국내 투어 상위권인 김한별(24)·이태희(36)·이재경(21)·이수민(27)·함정우(26) 등이 출전을 노릴 수 있다. CJ의 후원을 받는 김주형(18) 등도 스폰서 초청으로 참가하게 된다.
김성현은 “선수로서 미국에서 열리는 건 장점이 90%”라고 했다. 그러나 CJ컵이 한국을 떠나서는 안 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한국에 있어야 우리 경제에 좋듯, CJ컵도 한국에 있어야 우리 골프 발전에 좋다. 미국으로 떠난다면 LPGA 기아 클래식처럼 그냥 미국대회가 될 것이다.
골프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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