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의원의 메시지 담당은 정치권에서 ‘극한 직업’에 속할 것이다.”
외곽에서 이 대표를 자문하던 박 실장이 전당대회 캠프에 합류한 건 막바지였던 이달 중순부터라고 한다. 이 대표가 “이 고통은 얼마간 더 커질 것입니다. 실업자는 늘고, 여러분의 삶은 더 고달파질 것입니다”라며 울컥해 화제가 된 당 대표 수락 연설도 박 실장이 뼈대를 세웠다. 연설 말미에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끌어 국민적 영웅이 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우리의 목적은 한마디로 승리”라는 발언을 빗대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강조한 것도 박 실장 생각이었다고 한다.
지난 7월 출마 선언문을 다듬는 과정에서 ‘열외’냐 ‘예외’냐 단어 선택을 두고 비서실장이 된 오영훈 의원과 한참 옥신각신한 일은 꽤 유명한 일화가 됐다. “최선의 태세로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저도 열외일 수 없다”는 문장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일반인 언어습관상 ‘예외’가 자연스럽다”는 의견을 뿌리치고 결국 이 대표가 선택한 건 사전적 의미가 부합하는 ‘열외’였다. 전당대회 기간 중엔 이 대표의 페이스북에 올랐던 글이 수정되거나 공지됐던 메시지가 취소되고 재발송되는 일이 잦았다.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저는 오랜만에 쉬어서 몸은 편안하다”고 자가격리 소회를 섰다가 2시간여 뒤 “그러나 마음은 편치 못하다”고 덧붙이는 식이었다. 이 대표의 한 참모는 “이 보좌관이 활자화된 메시지에 특히 신경을 쓰는 이 대표의 호흡과 언어적 취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인 건 여전하다”며 “박 실장을 등용한 건 뭔가 변화를 주고 싶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박 실장 영입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지난 6월까지 경향신문 국장급 논설위원을 지낸 박 실장이 사실상 정치권에 직행한 케이스라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 정부 들어 언론인이 정치권에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권력감시를 소명으로 했던 언론인이 유예 기간도 없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1990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주로 정치부에서 성장했다. 2014~2016년 편집국장을 지냈고 지난 2월 경향신문 사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