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때리던 靑…비서관은 갭투자로 집 팔려다 못팔고 나갔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31 16:02

수정 2020.08.3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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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은 다주택자가 한 명도 없어졌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을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교체하면서다.
 

여현호 비서관이 한겨레 논설위원이던 2015년 '법원, 국민으로부터 듣다' 좌담회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여 비서관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청와대 다주택 논란과 관련해 마지막까지 집을 팔지 못한 사람이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실거주하는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팔라”고 했을 때 당시 청와대 다주택자는 20명에 달했다. 7월 말에는 8명으로 줄었다. 국민소통수석실을 통해 “8월 말이면 다주택 제로가 된다”는 선언도 했다.
 
그러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ㆍ송파 아파트를 팔지 않고 청와대를 떠났다.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도 교체됐다. 지난 14일 청와대가 “마지막 2명이 처분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을 때 여 비서관과 황덕순 일자리수석(충북 청주 서원 2채, 흥덕 1채)만 남았다. 그리고 황 수석이 집을 정리한 뒤 여 비서관만 다주택자로 남은 상황이었다.


마감 시한을 6일 앞둔 25일 노 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달 말에는 아마도 비서관급 이상에서 다주택자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 비서관을 압박했다. 그러나 여 비서관은 결국 집을 팔지 못한 채 옷을 벗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 비서관이 매도가를 계속 내리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 서울 마포 아파트를 매각하지 못했다”며 “여 비서관이 결국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여 비서관의 교체 배경이 결국 다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뜻이다.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신고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지난 3월 공개된 공직자 재산 신고 목록에 따르면 여 비서관은 경기도 과천 아파트와 서울 마포 공덕동 아파트 등 2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과천 아파트는 재건축 중으로, 입주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여 비서관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포 아파트와 관련한 재산 공개 비고 항목에 “(과천) 아파트 입주 시점에 매매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노 실장이 매도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8월 말은 여 비서관의 당초 계획보다 4개월 빠르다. 다주택 문제를 해소하려면 집을 당장 팔아야 하지만, 여 비서관이 집을 팔면 당장 머물 곳이 없어진다. 과천 아파트 입주 때까지 몇 달 간 지낼 단기 월세 등을 얻어야 한다. 여 비서관은 이 때문에 마포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살던 집에 그대로 전세로 머무는 조건의 ‘전세 낀 매도’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자기 집을 사달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6ㆍ17 부동산 대책으로 3억 원을 넘는 아파트에 대해 기존 전세 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조치가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됐다. 이 조치로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던 갭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현 정부는 갭투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갭투자로 내놨던 여 비서관의 집도 팔리지 않았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 비서관은 마포 아파트 전용 84㎡ 집을 13억 5000만원에 내놨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동일 평수 아파트는 10여건이다. 여 비서관이 내놓은 가격은 최고 호가인 14억원보다는 5000만원가량 싸다. 다만 가장 낮은 13억 3000만원(1층)보다는 다소 높다. 지금까지 해당 평수 아파트가 가장 비싸게 팔렸던 실거래가는 지난달 11일 기록했던 13억 3000만원이다.
 
공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세 계약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서 입주 시기가 너무 늦춰질 경우 통상 시장가보다 싸게 거래된다”면서도 “계약과 이사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보통 4~5개월 정도는 시장가와 비슷하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