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달 김정은 공개활동에 '바늘과 실' 김여정은 안 보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3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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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제8호 태풍 '바비'가 강타한 황해남도를 돌아보며 피해 상황을 파악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월 한 달 동안 모두 7차례의 공개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가 김 위원장의 통치 활동을 보도한 내용 등을 토대로 한 집계다. 이는 1~6월 20회의 공개활동을 펼치며 사실상 외부 활동을 중단한 것과 달리 수치상으론 지난해 8월과 같은 횟수를 기록해 정상적인 통치 활동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김 위원장의 이달 공개 활동은 다섯 차례 회의를 주관했고, 수해 및 태풍 피해 현장을 각 1회 찾았다.

7월 27일 전승절 이후 한달동안 모습 감춰

지난해 같은 기간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신형 무기 발사 현장 6회, 평북 양덕군 온천 건설현장 현지지도(1회)를 했던 점과 차이가 있다. 지난해 8월엔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저강도 무력시위에 나섰던 시점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열린 전원회의(7기 5차)에서 정면돌파전을 내놓았지만, 군사력 시위를 하지 않고 있는 건 국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상황관리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5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태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모습을 감춘 점도 특이사항이다. 김여정은 그동안 한국 및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빠지지 않고 동행했다. ‘남매 정치’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기념일(북한은 전승절)을 기해 열린 노병대회 참석을 끝으로 한 달 이상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에도 불구하고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여정의 임신설 또는 출산설이 돌기도 했지만 지난달 27일 공개된 사진에선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장기간 휴양 또는 향후 남북, 북ㆍ미 관계를 준비하는 상무조(TF)를 이끌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8월 공개활동 내용 중 이전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일체의 경제 현장 방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이 수해(7일) 및 태풍 피해 현장(28일, 이상 보도일)을 찾기는 했지만, 민생 경제현장 방문은 중단하고 있다. 대신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덕훈 신임 내각 총리가 경제 현장 방문에 잰걸음을 보인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올해 경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나서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본인은 국정을 컨트롤하고 경제 분야는 관련 책임자들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만약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책임자 교체라는 카드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에서 “김 위원장이 대남(김여정), 경제(박봉주ㆍ김덕훈), 군사(이병철ㆍ최부일) 등 분야별로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