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30일 오후 9시 30분쯤 포천시 미 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인근 영로대교에서 창수에서 관인 방면으로 달리던 SUV가 앞서가던 미군 장갑차를 추돌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과 인접한 이 도로에는 야간에도 주한미군 궤도차량이 이동한다.
사고가 난 미군 차량은 미군 210포병여단 소속 인원 수송용 장갑차로, 당시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서 철원에 있는 실사격 훈련장으로 이동 중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미군 장갑차 2대가 운행 중이었고, 사고 장갑차는 뒤따라가던 것이었다.
미군 장갑차 ‘호위 차량’ 없었다
경찰은 사고가 난 장갑차에 군용 차량 이동 시 동행하며 불빛 등으로 이동 사실을 표시하는 ‘콘보이’(호위) 차량이 동행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고 연관성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상 군 차량 이동 시 콘보이 차량이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며 “확보한 블랙박스에는 다리 진입 전 상황까지는 녹화가 돼 있지만, 진입 후부터 충돌까지 상황은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포천시 관인면과 영중면에 각각 사는 50대 두 부부 4명(여성 2명, 남성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숨졌다. 119 도착 당시 이들은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숨진 두 부부는 함께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몇분 전 운전자 바뀌어”
이 사고로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1명도 가벼운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SUV 차량의 앞쪽 엔진 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으며, 장갑차는 오른쪽 무한궤도가 이탈했다. SUV 차량은 사고 후 반대편 차로로 퉁겨 나갔고, 미군 장갑차도 교량 옆 난간을 들이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지점은 편도 1차로 교량 위 도로로 장갑차를 추돌한 SUV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돌사고를 낸 SUV 차량이 조수석 쪽으로 장갑차 뒤편을 들이받은 점을 볼 때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다 사고 순간 급히 핸들을 운전석 쪽으로 꺾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SUV 운전자의 음주 및 약물 투약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조의 표하고 훈련 중단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