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특히 업무와 관련한 알고리즘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그는 “그림으로 설명할 때 각자의 화면에 표시되는 화질 등이 달라서 그런지 서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종종 생긴다”고 전했다. 그는 “시중 뉴스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같은 IT 업종의 업무방식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얘기가 나오지만 이런 문제점 개선 없이 변화가 이뤄질 것 같진 않다”며 “실제론 ‘이 상황이 얼마나 더 가겠느냐’‘기다려보자’는 인식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기업딥톡33] "노사 자율 재택 가이드라인 필요"
"한 시간 만에 한 일, 5시간에 한 것처럼"
재택근무로 효율성이 올랐다는 의견도 있다. 한 통신회사 차장급 직원 C 씨는 “나는 개인별 프로젝트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게 오히려 편하다”며 “상급자에게 대면 보고할 일이 있을 때만 회사에 가는데, 이 역시 주어진 프로젝트에 대해 시한 안에만 진전 상황을 보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OO일까지 무엇에 대한 대책 의견서를 내라’는 식의 상대적으로 책임이 명확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은 재택근무가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일하는 C 씨는 "1차 때는 ‘진짜 회사에 안 가도 되는 거냐’는 의심을 직원들이 했었다"며 "윗사람 눈치 때문에 ‘그래도 회사에 나가겠습니다’고 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는 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C 씨는 “업무상 연락은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 해야 한다는 기본 지침이 있기 때문에 집안에서도 PC 앞을 떠날 수가 없다”며 “평소 사무실이었으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서로 이해가 됐는데, 재택근무 상황에선 PC로 보낸 메시지에 즉각 대답하지 못하면 ‘딴짓 한다’는 평판을 받을까 걱정하는 문제는 있다”고 전했다.
추가 재택 가이드라인 9월에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노동법) 교수는 “정부 가이드라인은 모호해도 문제고 너무 구체적이면 ‘사안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며 “이 때문에 각 회사에서 자기 직종 특성에 맞는 재택근무 기준을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고, 그 내용을 법적으로도 인정해주는 절차가 상식으로 자리잡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