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의원으로 정치활동은 계속
박철희 교수의 한·일 관계 전망
자민당 당원투표 땐 이시바 강세
양원 총회 약식선출 땐 스가 유리
아베 낙점설 기시다도 유력 주자
자민당 후보들 성향 관계없이
한국 대법 징용 판결에 부정적
문 정부 변화 없인 그대로 갈 듯
초미의 관심사는 누가 아베의 뒤를 이을 것이냐다. 변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민당 총재 선출 방식. 아베는 후임 자민당 총재 결정 방식을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에게 일임했다. 9월 1일 열리는 자민당 총무회 논의를 거쳐 후임 총재 선출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초점은 일반 당원 전체가 투표에 참여하는 당 대회 방식인가, 아니면 긴급한 사정을 고려해 자민당 양원 총회를 통해 약식으로 총재를 뽑느냐다. 당원이 투표에 참여한다면 국민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의 선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총재 결정을 서두른다면 양원 총회를 통한 선출이 유력하고, 이 경우 자민당 파벌 간 합종연횡이 중요해진다.
아베의 소속 파벌인 호소다(細田博之)파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파는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가 후임으로 점찍고 있었다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외상의 파벌은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다. 이시바는 소속 파벌 의원이 19명이라 양원 총회 선출 방식은 불리해 다른 파벌과의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다케시타(竹下)파 등이 자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일정 정도 연합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파벌들 ‘1년짜리 총리직’ 셈법 분주
또 다른 변수는 차기 총재 임기가 아베의 잔여 임기인 2021년 9월 30일까지여서 1년 남짓한 ‘잠정 위기관리 내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장기 정권을 꿈꾸는 후보는 이번 총재 선거에 전력투구하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올림픽·경제·외교 등 산적한 과제를 생각하면 1년짜리 총리직에 정치 생명을 걸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021년 10월 20일이 현 중의원 의원의 임기 만료여서 중의원 해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매력은 있지만, 2017년 선거에서 선전한 자민당의 의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므로 이번 총재 선거는 ‘들러리 세우기’로 넘기고 2021년 9월 총재 선거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변수들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 두고 봐야 한다.
유력한 자민당 총재 후보인 스가·기시다·이시바 중 누가 되든 한·일 관계 틀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민당 정치인들은 후보 성향과 관계없이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징용 문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종료됐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또 일본 국민은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반일로 일본을 괴롭히는 나라’라는 혐한(嫌韓) 의식이 팽배해 정치 지도자가 이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한국이 획기적 제안을 하거나 예전보다 유연한 협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가 호전되기 힘들다.
물론 이시바 같은 아베 반대파가 총리가 되면 아시아 외교 전반에 대한 기본적 자세 변환을 기대할 여지가 남아 있다. 스가가 총리에 선출되면 7년8개월간 관방장관으로서 아베와 동고동락한 사정을 고려할 때 기본적 자세 변화가 없을 것이다. 기시다는 자민당 내에서 비교적 리버럴한 파벌의 영수고 자신이 위안부 합의에 나선 경험도 있어 아베보다는 역사 문제 등에 조금 유연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베 지지파들이 국회 일각을 점하고 있는 한 자기 생각을 강하게 내세울 가능성은 작다. 일본의 총리 교체가 한·일 관계를 급진전시키리라는 기대는 지나치다. 일본의 정치 변화는 새 흐름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의 자세가 유연해지지 않는 한 함께 손뼉을 칠 순 없을 것이다.
◆박철희 교수
박철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