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모리 해상에 설치된 탐라 해상풍력발전은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된 최초의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다. 설비용량 3㎿h의 풍력발전기 10기로 구성돼 연간 8만1000㎿h 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제주도의 2만 1000가구가 1년간 생활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클린에너지 패러독스, 팩트로 푼다]
② 해상풍력, 육상풍력보다 낫나?
전문가들은 해상풍력이 기존 육상풍력에 비해 장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육상풍력은 개발부지가 협소해 산림 파괴가 불가피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발전기에서 나오는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의 반대도 심한 편이다.
반면 바다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해상풍력은 부지 확보를 용이한 편이라 육상풍력보다 더 큰 규모의 단지를 설치할 수 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과 떨어져 소음 민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육상에 비해 설치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육상 풍력 발전용량의 4배까지 발전할 수 있다.
팩트체크①-해상풍력, 해양생태계 파괴할까
2018년 수협중앙회의 의뢰를 받아 법제연구원이 작성한 〈발전사업이 해양환경 및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및 제도 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풍력발전기의 건설기간 동안 해저에 발생하는 진동은 어류의 생리학적·행동적 변화를 일으킨다. 또 풍력발전기의 설치 과정에서 해저면이 교란되고 부유사(물에 떠다니는 흙)가 대량 발생해 여과섭식을 하는 생물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부유사가 전체 해양생태계엔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음·진동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우려해 풍력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 4월 제주 대정읍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환경단체와 주민 반대로 제주도의회 최종문턱을 넘지 못했다. 환경단체는 건설시 멸종 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파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풍력발전을 옹호하는 전문가들은 해상풍력단지가 새로운 어로를 형성한다고 말한다. 발전기의 하부구조가 인공어초 역할을 해 새로운 어종이 모여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두모리 해상의 탐라 풍력발전기 시설 하부에는 다양한 어종과 해조류가 자라고 있다. 두모리 인근 주민들은 풍력발전단지 근처에서 돌고래가 다니는 모습을 수차례 발견했다.
김범석 제주대 풍력공학과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의 사례로 봤을 때 발전기 공사 당시에 발생하는 소음으로 어족자원들이 일시적으로 일부 감소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제주 탐라 해상풍력발전단지의 경우, 공사 후 더 많은 물고기가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두모리의 어업종사자들은 해상풍력단지에 긍정적이다. 두모리에서 47년째 해녀 생활을 하고 있는 고모(67) 씨는 "발전기가 생긴 이후로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사실 3~4년 전부터 소라와 성게 등의 어획량이 30%가량 줄었지만, 이는 두모리 인근에 생긴 하수처리장 때문이라 해상풍력발전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팩트체크②-해상풍력, 소음 문제는 괜찮나
하지만 풍력발전이 시작된 후에 관련 민원은 사라졌다. 두모리에서 7년간 해안가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송현주(50)씨는 "마을 옆 신창리의 육상풍력발전소가 소음이 심하다는 애기를 듣고, 우리 마을도 걱정이 컸지만, 설치된 뒤 해안가 인근에서 살고 있어도 소음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두모리 어촌계 간사 김모(57)씨는 "현재 두모리 주민의 80~90%가 발전단지의 증설에 찬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연구도 해상풍력이 육상풍력이 비교했을 때 소음이 적은 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풍력발전기의 소리를 잡아준다. 한국소음진동공학회가 2016년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풍력단지 경계로부터 대략 2㎞를 벗어나면 38dB 이하로 감소하게 된다. 논문은 '암소음(바람 소리 등 주위 소리)'에 묻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풍력발전단지 건설·운영 과정에서 3000여명의 고용이 창출됐다. 풍력단지 인근 지역에 매년 4억5000만원이 환원된다. 제주도에 출연한 발전기금 300억원으로 조성된 리조트와 체험마을이 관광객을 불러모았고 식당·카페 등 주변 상권이 활성화됐다.
세계 풍력발전은 대규모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육상풍력에서 해상풍력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김 교수는 "육상발전은 개발부지가 협소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민원으로 수백㎿ h 규모의 대형단지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주변 장애물 없이 우수한 바람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상풍력이 앞으로의 풍력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최연수 기자·양인성 인턴 choi.yeonsu1@joongang.co.kr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