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 온다는데…라이더에 5만원 인센티브 건 '쿠팡이츠'

중앙일보

입력 2020.08.27 17:55

수정 2020.08.2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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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체 쿠팡이츠가 태풍이 오기 직전 배달 기사(라이더)를 대상으로 무리한 프로모션을 시행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태풍 상륙을 앞두고 라이더의 안전은 뒷전인 채 배달을 독려하며 성과만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27일 배달기사들은 "태풍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프로모션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배달업체들이 라이더의 안전을 챙기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쿠팡이츠가 태풍 '바비'의 북상을 앞두고 5만원을 내건 프로모션데이를 발표한 건 지난 25일이다. 26일 오후 5시부터 마감 때까지 배달을 총 15건 이상 하면 배달료 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배달기사들에게 도착한 메시지에 태풍 관련 주의사항은 담겨 있지 않았다. 
 
기상청이 이미 하루 전인 24일 "태풍 바비가 이동하면서 26~27일 전국이 영향권 안에 든다"며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없는 정도는 물론 시설물이 바람에 날려 붕괴하거나 부서질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쿠팡이츠는 기상청 예보 후 "기사들을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논란이 일자, 26일 프로모션 시간을 오후 5~9시로 축소해 이 기간 배달을 10회만 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내용을 변경했다. 
 

쿠팡이츠 배달기사 피크데이

 
10개월 차 배달기사 A씨(28)는 "26일 프로모션은 그대로 진행됐다"며 "평소 본사에서 라이더들 안전을 신경 써준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달기사 B씨(38)씨는 "피크 데이에 배달하면 가산점을 준다"며 "점수가 낮으면 배달 콜을 받기 어려워 생계에 지장이 있다"고 전했다.  


라이더 유니온측은 "프로모션 성과 체계는 라이더들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라이더 유니온 관계자는 "태풍 속 프로모션이 배달기사들의 급여체계를 잘 보여준다"며 "위험한 게 싫으면 안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더 준다고 하면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했다. 
 
라이더 유니온 측은 "기본 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을 최소화하는 게 배달노동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이라고 했다. 한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대행업체의 경우 지점별로 위험한 상황에서의 배달 제한 조치를 결정한다"며 "플랫폼 기업 본사에서부터 태풍을 '피크 데이'라고 하는 건 '안전은 알아서 챙기라'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배달기사. 뉴시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이륜차 사고 사망자는 265명으로 지난해 233명보다 13.7%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621명에서 1459명으로 10% 감소했지만 이륜차 사고는 증가한 것이다. 이륜차 사고 중 약 30%는 배달업계 관련 사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