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그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후배 검사가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에 반대 의견을 내자 댓글로 “현실이 부끄럽다”며 이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수사 지휘를 할 때 후배 검사들에게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수사에서 친여권으로 분류되는 서울중앙지검 핵심 간부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을 대리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사건을 지난 21일 서울북부지검에 배당했다. 지난달 25일 시민단체 활빈단이 고발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대검은 활빈단이 서울시청 관계자와 청와대를 상대로 지난달 14일 고발한 수사정보 유출 사건은 3일 뒤에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바로 배당했지만, 중앙지검 간부들을 상대로 한 수사는 배당을 고심해 왔다. 형사2부를 지휘하고 있는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첫 통화 내용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이 갈린다. 김 변호사는 “유 부장이 첫 통화에서 8일 오후 3시에 면담 약속을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돼 일응(우선·일단이라는 의미의 일본식 한자어) 부적절하다고 말해주면서 검토를 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첫 통화에서 유 부장이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물었고, 이에 박 전 시장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유 부장 성격상 사건을 그대로 덮을 사람이 아니라 첫 통화와 두 번째 통화 사이 4시간 동안 지휘라인인 이성윤 지검장이나 김욱준(48·사법연수원 28기) 4차장이 어떤 지시를 했는지 서울북부지검 수사팀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장과 같이 일을 했다던 검사 출신 변호사는 “유 부장은 원리원칙주의자라서 상부에서 막지 않았다면 김 변호사 면담 요청을 그대로 받아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은 지난 4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재판에 넘긴 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은 검사다. 성범죄 전담부서에서 장기간 일한 경력과 함께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점 때문에 2018년 4월 대검찰청 양성평등담당관실 출범과 함께 초대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성윤 지검장, 업무추진비로 유현정 부장 담당 부서 오·만찬 한 달간 7회 지원
한편 최근 공개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따르면 유 부장이 맡고 있던 여성아동범죄조사부와 박사방 사건 담당 수사팀에 지난 5월 한 달간 오‧만찬 간담회를 7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검장이 여성아동조사부 검사들과 직접 만난 오찬 간담회도 한 차례 열렸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6일 공개한 ‘2020년 2분기 검사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따르면 이 지검장이 지난 4~6월 관내 간담회에 사용한 업무추진비 3512만7000원 중 312만8000원(8.9%)이 이같이 유 부장과 관련된 부서에 쓰인 것으로 나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