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9억 이상 부동산 거래 조사
2만2000건 중 1705건 의심사례
장애인단체가 특공 부정청약 알선
가족간 3억 이상 싸게 거래 등 적발
법인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과도하게 챙겨 아파트 매입에 쓴 사례도 있었다. A라는 법인 대표의 자녀 B씨(30)는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샀다. 자금출처로는 법인 배당소득(7억5000만원)을 활용했다고 소명했다. 하지만 B씨가 보유한 법인의 지분은 0.03%에 불과했다. 국토부 대응반은 B씨의 보유지분에 비해 배당금이 지나치게 많다고 보고 편법 증여 의심 사례로 국세청에 넘겼다.
부동산 거래에서 대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37건은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에 통보했다. 이 중에선 법인 대출이나 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비교적 많았다. 국토부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사례도 211건을 적발했다. 주택 거래의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했거나, 신고 기한을 넘긴 경우다. 국토부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게 할 방침이다.
국토부 대응반은 부동산 관련 범죄 혐의가 있는 34명을 형사입건했다. 이 중에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장애인 등에게 특별공급하는 제도를 악용한 혐의를 받는 장애인단체 대표 C씨도 포함됐다. C씨는 브로커와 짜고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13명의 이름을 빌려 아파트 분양에 당첨된 뒤 분양권을 되팔아 차익을 챙긴 혐의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조사·수사 결과 발표가 ‘부동산 감독기구’를 출범시키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안에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근거 법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언급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