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파업이라고 교수님이 직접 실밥을 뽑아줬어요.”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서울대병원에서 혈관이식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신희철(70) 씨의 말이다. 26일 대한의사협회가 사흘간 진행하는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 이 시작됐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는 전체 의사(1583명)중 절반가량인 전공의(505명)와 전임의(327명)가 파업에 참여했다.
서울대병원의 환자들은 우려했던 의료 대란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도했다. 신 씨는 "평소 서너명이 회진을 돌았지만 오늘은 교수 한 명이 왔다. 교수가 이전처럼 잘 진료해 큰 불편은 없었다"고 말했다. 외래병동에서도 진료 접수 대기 시간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었다. 경북 경산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58)는 “응급실에 환자가 25명인데, 교수·인턴 등은 3명뿐”이라며 “응급실인 만큼 빨리 진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에 대비해 수술·외래 일정을 미리 조정했다”고 밝혔다.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 비대위 측도 “환자 불편은 우리도 원치 않는다”며 “미리 정해둔 동선에서만 1인 시위를 하고, 진료가 몰리는 과는 대체근무·순환근무를 통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정부에 투쟁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은 수술·진료 일정이 1~2주 정도 미뤘고,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성빈센트병원도 과별로 수술·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은 필수 의료 인력을 지정해서 응급수술을 진행하고, 진료과별로 미룰 수 있는 수술을 선별해서 수술 일정을 조정했다.
복지부, 동네 병원 휴진율 6.4% 수준
동네 일부 병·의원들은 휴업에 동참했지만 의협이 선언한 사흘 파업 대신 하루만 휴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목동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B씨는 “오늘 선약을 잡아둔 환자가 있어서 휴업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내일 오전 진료는 휴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평택시(7.8%)·수원시(2.6%)·화성시(4.5%) 등 동네 병원 휴진율도 한 자릿수로 집계됐다. 성남 분당구 미금역 일대 병·의원 25개 중 이날 오전 문을 열지 않은 곳은 2개(신경과‧피부과)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의원급 의료기관(3만2787개) 중 26일 휴진 의사를 밝힌 곳은 6.4%(2097개) 정도다.
동네병원, "문은 열었지만 파업 취지에 동감"
문희철·김지아·채혜선·최모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의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한 의사를 일반의라고 한다. 일반의는 통상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임의가 된다. 전공의는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고 수련의 과정을 거친 레지던트다. 전공의 과정을 거쳐 특정 과에서 세부 수련을 받는 의사가 전임의다. 병원에서 통상 수련의는 인턴(intern), 전공의는 레지던트(resident), 전임의는 펠로우(fellow)라고 부른다. 전임의는 임상강사 과정을 거쳐 의과대학에 임용될 경우 교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