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비가 오더니 다시 코로나다. 이젠 희망이 없다.”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경기도에서 광고물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이 모(62ㆍ사진) 대표는 24일 중앙일보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퇴직 후 2016년부터 자신의 회사를 꾸려왔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닥치기 전만 해도 1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한해 2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려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의 회사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4월 3명의 직원을 내보낸 데 이어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또 한명의 직원을 줄일 수 밖에 없게 됐다.〈중앙일보 4월 1일 자 종합2면〉 이 대표는 코로나 19 재확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경제 현장 주체중 한명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관련 국내 경제성장률이 기존 0.3% 성장에서 -0.5% 성장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봤다.
5개월여 만에 다시 인터뷰
1억원 지원 접수 됐다더니 감감 무소식
5월이 되면서 영업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했던 덕이다. 그는 “5월부터 7월까진 그래도 똔똔은 쳤다”고 했다. 직원 급여를 합쳐 한 달 3500만원가량 드는 비용은 벌었단 얘기다. 그나마 자신의 급여는 포함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똔똔’ 마저도 꿈이 됐다. 기나긴 장마에 또다시 창궐하기 시작한 코로나19 탓이다. 그는 “이달은 거의 매출이 없다”고 했다. 직원 한 사람을 더 내보내는 것도 그래서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중소 업체들이 모두 그렇다 보니 직원들이 그러려니 이해를 해 줍디다.”
이 대표 본인도 몇 달째 집에 돈을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영업 활동은 또다시 중단된 상태다. 거래처에서 사람 만나는 일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는 “영업이라기보다는 전화로 서로 안부만 묻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주말도 없이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했다. 직원 빈 자리를 자신이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급한 일이 생기면 정규 직원 대신 아르바이트 직원을 임시로 고용해 짬짬이 활용한다. 그는 “다음 달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겠는데, 그 다음부터는 뭐가 어떻게 될지 정말 막막하다”며 답답해했다.
정부 '생색내기'엔 화가 치밀어
한 예로 그는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식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 의외의 손님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각종 조사를 이유로 그의 사무실을 찾는 공공기관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들어서만 (회사가 있는) 경기도청, 안양시청에 이어 구청과 통계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현황 조사를 한다고 찾아오더라”며 “국세청에 물어보면 매출이며 직원 수까지 모두 한 번에 알 수 있을 텐데 일자리를 늘린답시고 조사 인력만 아르바이트로 대거 채용한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피부에 닿는 지원 절실
“정부가 생색을 낼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정말 현장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달라.”
코로나19로 인한 두 번째 파도를 넘는 그의 간절한 절규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