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자 3인 “당신도 걸릴 수 있다”
‘부산 47번 환자’로 통하는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도 A씨처럼 감염 경로를 아직도 모른다. 스페인 라몬유대 교수인 그는 지난 2월 미국을 거쳐 부산대 특강을 위해 귀국했다가 지난 2월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 교수는 “한국에 와서 집-대학-피트니스클럽 딱 세 군데만 다니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5개월 넘게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집중력 저하, 가슴·배 통증, 속 쓰림, 피부색 변화, 만성 피로 등이 그가 밝힌 증상이다. 그는 페이스북 페이지 ‘부산47’에 투병기를 공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적응할 만하다 싶으면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 이젠 내 몸이 아닌 것 같다”며 “집중도 안 돼 수업도 못 하겠다. 1년을 쉴 생각이다. 머리로 먹고사는 게 끝이 났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를 두고 ‘완치’ 표현을 써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완치란 표현이) 코로나 19를 감기처럼 한 번 앓고 나면 그만일 병으로 착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완치자’라는 표현을 ‘회복자’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확진돼 약 두 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대학생 이정환(25)씨는 “이렇게 일찍 대유행 사태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입원 당시 병원 감염내과 교수들에게 올가을께 코로나 19 대유행이 찾아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고통”
A씨는 “내가 확진됐을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기본 수칙”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끔 산책하러 나가면 마스크를 안 쓴 이들을 지금도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씨는 “방역 지침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일부 사람이 그러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다”며 “코로나 19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라 조심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유행을 가르는 분기점은 이번 주말부터 이달 말까지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15일 광화문집회를 기점으로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유행 갈림길에 선 엄중한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더욱 강조한다”며 “당분간은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은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