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형법·민법만 공부했지 동물법은 아예 볼일이 없었어요. 동료 변호사로부터 ‘돈 안 되는 걸 왜 하냐’는 이야기도 들었죠.”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을 이끄는 박주연 대표변호사의 말이다. 박 변호사는 동물단체 활동을 하면서 만난 서국화 변호사와 함께 지난 2017년 PNR을 결성했다. ‘형사전문 변호사’ ‘이혼전문 변호사’ 등은 익숙하지만 동물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는 아직 낯설다. PNR은 어떤 단체고, 어떤 활동을 할까. 21일 박 변호사와 인터뷰를 통해 ‘동물 변호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美 변호사 단체서 영감
말 못하는 동물 대리해 소송
지난해 12월엔 헌법재판소에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냈다. 최근엔 유튜버 '갑수목장'의 고양이 학대 사건에 대해 탄원인을 모집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사실 대부분 동물 관련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도 최근 개 전기도살을 학대행위로 규정하는 판결이 나오는 등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선 동물권 관련 논의는 시작단계인 만큼 이럴 때일수록 PNR의 활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중에게 동물법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한다. 올해 2월과 7월엔 각각 책『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와『동물보호법 강의』를 출간했다.
“뒷순위 동물법, 21대 국회는 달라지길”
박 변호사는 “곧 맹성규 민주당 의원실이 발의할 수의사법 개정안에도 PNR이 참여했다”며 “21대 국회에서 동물법이 많이 처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법안은 동물 진료기록 의무화,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동물권·동물복지를 논할 때면 ‘사람을 위한 복지도 부족한데 무슨 동물복지를 논하냐’는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이런 비판에 대해 박 변호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결국 그 사회가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약자인 동물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결국 모든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