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재판장)는 14일 10개 단체의 신청 중 2건의 집회금지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끄는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국투본)’와 보수단체 ‘일파만파’의 것이다.
서울시 “불의의 사태 발생” 우려했지만…
재판부는 “일부 일탈 행위자를 제외하고는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단체가 과거 서초역 주변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체온 측정, 손 소독, 명단 작성 등 자체 방역대책을 시행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 지난 7일 여의도에서 총 1만여명 규모의 집회가 열렸으나 이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옥외집회에서 코로나19 확산사례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면 향후 개최될 집회에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만에 하나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역학조사 등을 위한 행정력과 의료역량이 투입되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로 인해 소요되는 의료역량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넘어선다는 사정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을뿐더러 이것이 집회 개최 자체를 막아야 하는 절대적인 사유가 되지는 못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이 집회로 인해 감염병이 반드시 확산하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집회의 자유와 국민의 보건을 적정선에서 조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판부 “100명이면 사회적 거리 두기 가능”
재판부는 신고된 집회 시간이 12시간이지만 실제 집회는 약 4~5시간으로 예정됐고, 동화면세점 앞 인도와 그 일대 2개 차로의 면적을 고려하면 100명의 집회 참여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재판부는 집회가 실내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우려가 적은 옥외에서 개최된다는 것도 허가의 이유로 들었다. 서울 소재 여러 공연장에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관객이 운집하고 있으나 제한하지 않으면서 집회를 금지하는 건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가 신고 내용과 달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미리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일 참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동화면세점 앞 세종대로 집회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었다.
노조 집회는 감염병 확산 위험 때문에 불허?
이에 대해 행정법원 관계자는 “이번에 인용된 사건은 자신들의 집회 자체에 대한 집행정지를 구한 사건으로 6월과 신청 취지, 집행정지의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6월 집회의 경우 종로구청에서 제정한 집회제한 고시 자체의 집행정지를 요구했기에 이를 인용한다면 그 장소에서 집회하려는 모든 단체에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