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치료해달라고 했냐면서 병원에 돈 한 푼도 못 내겠다고 말하는 분도 있어요”
20일 서울 소재 시립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 이모(27)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닷새간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환자의 무리한 요구까지 더해져 진땀을 빼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이씨는 “병원 생활이 불편하다며 언성 높이시는 환자분들이 꽤 있다”며 “전염병이다 보니 예민해지신 것은 알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속상한 점도 한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의 경우 확진 판정을 받으면 소란을 피우거나 의료진에게 거센 항의를 하는 경우가 잦아 방역요원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진자 일부, 의료·방역진 향해 난동
일부 유튜버들도 가세하고 있다. 구독자 129만명을 보유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신의 한 수’ 운영자 신혜식 대표는 18일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열 받아서 간호사랑 대판 싸웠다”며 “소통만 못 하게 해봐. 자해 행위라도 벌일 판”이라고 의료진을 협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지난 20일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경찰 동행 요구를 거부하고 권위적 태도를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방역 요원을 향한 난동도 적지 않다. 지난 17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한 신도는 “증상이 없는데 왜 검사를 받아야 하냐”며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기도 했다. ‘서초 보건소 직원과의 통화~~아주 충격적!!’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보건소 직원에 “뭐하는 짓거리야 니 X 때문에 가짜 양성이 나오고 있잖아”라며 “거짓말 자꾸 치는데 진단키트 수거하러 가겠다”고 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의료·방역진 고충에 청와대 청원 글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와대 게시판에서는 코로나19와 최전선에 선 방역 요원을 보호해달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18일 한 청원인은 '코로나로 인한 방역 요원분들의 인권을 지켜주세요'라며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우리 방역 요원분들은 바람 하나 통하지 않는 방역복과 고글을 착용한 채 코로나 현장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계신다”며 “저희를 위해 힘쓰는 방역 요원분들에게 확실한 대우와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는 자에게 더욱 강력한 권고와 처벌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9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은 상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x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