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여당이 밀어붙여 통과한 ‘임대차 3법’의 후속 조치다. 이 중 전·월세 상한제(5%)와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이 시행되자,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 매물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결국 임차인의 월세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에 정부가 또 강화된 규제책을 내놨다. 사실상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해 강제로 월세를 37.5% 이상 낮추는 것이다.
정부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전ㆍ월세전환율 4→2.5%로 낮춰
신규 계약 적용불가, 연장 때만 적용
"시장 원리 또 왜곡, 혼선 가중될 것"
계약 연장 때만 적용, 신규 계약에는 적용 불가
이 비율은 임차인의 전세대출금리(2%대), 임대인의 1년 만기 정기예금과 같은 원금보장 투자상품 수익률(1% 중후반)과 주택담보 대출 금리(2%대)를 고려해 결정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즉 4%의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할 경우 집주인의 임대수익이 시중 투자상품과 비교해 너무 많다는 게 정부 셈법의 바탕이다.
만약 5억 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3억 원짜리 반전세로 바꾼다면, 세입자는 현재 전·월세 전환율 4%를 적용(2억원X4%)해 1년에 800만원, 월세 66만6000여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전·월세 전환율이 2.5%가 되면 연간 임대료는 500만원, 월세로 따지면 41만6000여원이 된다. 이에 따라 저금리와 정부 규제로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 주택 유형별 편차 큰데 일괄 적용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5.9%다. 서울의 경우 평균보다 낮은 5%지만, 지방은 7.1%로 높다. 지방이더라도 아파트의 전환율은 5%인데, 단독ㆍ다가구의 경우 9.1%에 달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면적, 층과 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정부가 이를 2.5%로 단일화한 것이다. 특히 전·월세전환율이 높았던 지방 다가구주택의 타격은 크다. 1000만원 보증금을 월세로 돌릴 때 약 8만여원 받던 것을 2만원만 받아야 한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지 못하는 만큼 임대 공간의 질이 떨어지거나, 임차인에게 유지보수 비용이 전가될 우려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임대인이 그동안 비용 처리 하지 않고 임대료에 포함했던 부분을 비용으로 환산, 추가 옵션비용을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진단했다.
집주인이 2.5% 전환율을 지키지 않았을 때 과태료를 부과하는 식의 처벌 규정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강행 규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 측은 “집주인이 월세를 더 올릴 경우 임차인은 초과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집주인이 이를 거부하면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쟁은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규제가 너무 많아 결국 임차인과 임대인 중 누가 비용을 더 부담하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고 각종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세입자가 이사 나간 이후에도 퇴거한 주택의 전입 신고, 확정일자 현황 등을 볼 수 있도록 정보 열람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집주인이 “직접 살겠다”고 거짓말을 하며 전·월세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일을 막으려는 조치다. 바뀐 임대차법에 따라 집주인이 살지 않을 경우 전 세입자는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후 집주인과 세입자의 대립 양상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집 주인 감시까지 시키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