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인간이 가진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감정은 마음의 근육이다. 없애서는 안 되고 없어질 수도 없는 것이 분노다. 분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근육이 없는 사람들과 유사한 행동을 한다. 무기력해 보인다. 일견 착해 보이지만 착한 것이 아니라 감정 표현을 억압하고 있는 신경증적인 상태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 역시 일정량은 필요하다. ‘싫어요’라는 말의 에너지는 분노에서 나오는데, 나에게 그런 에너지가 없을 경우 사람들은 나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지키기 위한 일정량의 분노는 필요하다.
분노, 마음에 쌓인 배설물
너무 참으면 변비가 오고
너무 싸대면 분노조절장애
관리해야 사람 대접 받아
분노는 두 가지 방식으로 다루어야 한다. 관리와 해소. 평소에는 분노 관리가 중요하다. 웃을 일을 많이 만들고 감정 표현 훈련, 대화 훈련을 하는 등 자기 감정을 이야기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훈련은 분노가 세련된 언어로 표출되도록 돕는다. 그러나 분노의 양이 커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오를 때에는 상대에게 바로 화를 내지 말고 잠시 그 자리를 피해서 혼자 분노를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보통 화가 나면 내 감정을 건드린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분노란 심리적인 배설물이다. 그 배설물을 상대방 면전에 퍼붓는데 어느 누가 고마워하겠는가? 누구나 배설은 화장실에서 하듯이 심리적 배설인 분노 해소 역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공간에서 해야 한다. 아무 데서나 버럭버럭 화를 내는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똥을 싸는 똥개와 다름없다. 실제로 상사들이 너무 자주 야단을 치면 부하직원들은 ‘저거 또 짖네’ 한다.
재개발 지역에서 사목할 당시 효과를 봤던 분노 해소 방법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소리 지르기. 차를 몰고 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10분 정도면 화가 가라앉고 배가 고프다. 두 번째는 걸어가면서 구시렁구시렁 욕하는 것. 30분 정도면 웬만한 화는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나갈 곳이 마땅치 않거나 나가고 싶지도 않을 때는 베개를 두들겨 패거나 종이에 화난 감정을 갈겨쓰는 것도 효과적이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생떼를 쓰며 난리를 치는 진상 민원인들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은 낙서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낙서장에 자기감정을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갈겨쓰다 보면 화가 풀린다.
분노는 너무 많아도 안 되지만 너무 없어도 안 되는 유용한 감정이다. 분노를 모두 없애서 마음의 평안함을 가지고 산다는 종교 사기꾼들에게 속지 않길 바란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