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의 최고점 경신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증시와 실물 경제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메인스트리트(Main Street)는 전반적 실물경제를 일컫는다.
5대 기술 기업이 지수 20% 차지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S&P500 기업 올해 매출 -9.2%
“과도한 낙관으로 증시 과속 중”
숫자에 답이 있다. S&P500과 나스닥의 최고치 경신을 견인한 것은 아마존·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같은 빅 테크 5대 기업이었다. FT는 “이 5대 기업이 S&P500 지수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S&P500은 신용평가기관인 S&P가 500대 우량 기업을 추려 뽑아낸 지수다. 500개 기업 중 빅 테크 5대 기업은 코로나19의 수혜자다. 특히 S&P500 시총 1위인 애플은 올해에만 60% 이상 상승하면서 ‘꿈의 시총’인 2조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다른 기업은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본격 확산하며 주식시장에 타격을 준 시점은 2월 19일 즈음인데, S&P500 소속 기업 중 40% 이상이 주가 하락 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미국 연방정부가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선 덕이 크다. 시중에 풀린 현금이 증시로 몰렸고, 그중에서도 코로나19에 강한 빅 테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FT는 “지금의 증시 랠리는 Fed와 연방정부가 시장에 퍼부은 수조 달러 덕분”이라며 “Fed 덕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돈 빌리기도 쉬워지면서 주식 시장에 돈이 몰렸다”고 풀이했다.
펀드매니지먼트 회사인 앨저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브래드 뉴먼은 FT에 “실물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으나 주식 시장은 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수치는 사상 최악의 양극화를 기록했으며, (주식 시장의) 승자와 패자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윌밍턴 트러스트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메건 슈는 FT에 “지금 주식 시장은 과도한 낙관주의를 등에 업고 과속하는 느낌이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