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700개가 넘었던 미샤 매장은 지난해 말 550개로 줄었다.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하면서 미샤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102억원, 순손실은 20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 감소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보다 7.96% 하락한 7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명동 한 집 건너 있었던 로드숍
사드 이어 코로나 닥치자 줄 폐점
여러 브랜드 파는 멀티숍 탈바꿈
화장품업계 제살깎기 경쟁 우려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오페·마몽드·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모아둔 아리따움 매장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한때 랜드마크로 여겨지던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은 지난 5월 폐점했다. 문을 연 지 1년 8개월 만이다.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도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아리따움 매장 수는 2018년 1250개에서 올해 상반기 962개로 줄었다. 현재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64개 매장은 올해 말까지 10개만 남길 계획이다. 18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전날보다 10.18% 떨어진 17만6500원에 마감했다.
이런 식으로 단일 브랜드 매장이 경영난 해소를 위해 멀티숍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업계에선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샤는 지난해 6월 멀티숍 눙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라네즈를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는 이유로 아리따움 가맹점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업계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이익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