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방위 단독으로 연 통합당 "권언유착 넘어 청언유착 의심"

중앙일보

입력 2020.08.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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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 미래통합당 간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8일 여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회의를 열었다.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 의혹과 관련,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양승동 KBS 사장을 상대로 긴급현안질의를 하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 위원장과 양 사장이 불출석하면서 회의는 통합당 의원들의 집단 성토에 그쳤다. 
 
통합당이 단독 회의를 연 건 “재적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위원회를 개회할 수 있다”는 국회법(52조3항)에 따른 것이다. 통합당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위원장석에 앉아 직무대행을 자처했다. 이어 “그동안 5차례 회의 개최를 요청했는데 박광온 위원장이 회의 진행을 거부ㆍ기피했다”고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한상혁 방통위원장 권언유착 사건 전반’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지난 6일 “한 위원장이 MBC 검언유착 보도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꼭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걸 검증해보겠다는 취지다. 통합당은 지난 10일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한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미래통합당 소속 과방위 의원들이 18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에서 위원장석에 앉아 수석전문위원에게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 진행 준비를 요구하며 노트북에 피켓을 붙이고 있다. [뉴스1]

 
박대출 통합당 의원은 회의에서 “권 변호사의 발언은 양심선언이다. 한상혁 위원장은 월권을 저지른 것이고 준사법기구(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즉각 책임지고 사퇴해야 마땅한데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 출석시켜 따지고 책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명희 통합당 의원도 “문재인 정부가 공공재인 전파를 권력으로 장악하려는 시도의 중심에 한 위원장이 있다. 권언유착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청(청와대)언유착’까지 이어진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한 민주당을 향해 “국정 현안을 바로잡는 게 의원 제1의 책무다. 정치공세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건 변명”(황보승희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통합당은 노트북 컴퓨터에 “한상혁 위원장은 사퇴하라” “민주당은 즉각 회의에 참석하라”는 팻말을 붙였다.
 
반면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통합당의 과방위 개회 억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통합당은 방통위원장을 직접 고발한 당사자로 검찰이 이미 수사에 나섰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발인이 같은 내용으로 상임위에 피고발인을 부르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